정부는 17일 북한이 전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면담을 계기로 5개항의 합의를 도출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일단 "현회장의 말을 들어보자"며 신중한 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7일 "현재로서는 북한측 발표만 나왔기 때문에 정부가 공식적 입장을 내려면 방북하고 돌아오는 현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당국자들은 이번 합의 소식에 다소 당황한 표정이다. 북한 발표만 보면 민간 사업자 신분으로 방북한 현 회장이 남북 교류협력사업 전반에 걸친 합의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행.체류 관련 제한 해제를 빼고는 대부분 내용들이 우리 정부와의 협의없이 사업자끼리의 합의만으론 추진될 수 없는 것들이라는게 정부의 인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측 합의주체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형식상 민간기구이며, 현대 역시 민간 사업체"라며 "이번에 합의된 사업들은 대부분 당국간 합의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통일부 등 정부 유관 당국은 이번 합의에 담긴 북한의 의도 분석에 주력하는 한편 향후 대응 기조를 신중하게 모색하려는 분위기다.
우선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보도문에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당국간 협의가 필요한 사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반면 우리 정부에 대한 대화 제의가 없다는 점에서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의 '전술적 의도'를 경계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우선 대미관계 개선이라는 핵심과제에 집중하면서 남북 문제를 대응하는 측면에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경우 전체적으로 볼 때는 '통미봉남(미국과 통하면서 남측과는 대화를 닫는다)'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남측과의 관계에서도 민간 교류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누려가는 이른바 '통민봉관(민간과의 교류는 열고 정부차원의 대화를 차단한다)'을 도모할 수 있다.
북한이 이날 민간교류협력 사업을 총망라한 현대와의 합의를 발표하면서 한미간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에 강력 대응, '전군.전민.전국 특별경계태세'를 선포한 것은 아직 우리 당국과의 정치.군사적 긴장관계까지 동시에 풀 생각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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