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지분 매각이 추진되면서 은행권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M&A에 대비해 유상증자를 통한 실탄 마련에 나서는 등 은행 간 짝짓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 우리금융·외환은행 매물로 재등장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보유 중인 지분 73% 가운데 경영권과 관계 없는 23%의 지분에 대한 매각 안건을 이르면 이달 중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상정키로 했다.
매물로 나온 지분 23% 가운데 7%는 블록 세일 방식으로 우선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은 내년 초에 추가 매각할 계획이다. 우리금융도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4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최근 1만6000원선으로 오르면서 지분 매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소수지분 매각이 마무리 되는대로 경영권을 인수할 지배주주 물색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외환은행 매각 작업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은 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6개월에서 1년 내로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올 들어 금융위기가 잦아들고 증시가 살아나면서 외환은행의 매각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론스타까지 나서서 매각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외환은행은 M&A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됐다.
◆ 국내 인수자는 어디?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2조원으로 지분 30%를 인수하기 위해서도 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외환은행도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지배주주가 되려면 4조원 가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잠정적 인수자로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산업은행, 농협 등을 꼽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조만간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금융 측은 "주주가치의 훼손이 없는 범위 내에서 자본계획의 일환으로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은 이번 유상증자를 M&A에 대비한 실탄 쌓기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 활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M&A가 절실히다.
하나금융의 인수 목표는 우리금융일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지분을 대거 매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인수를 추진한다면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을 선택할 것"이라며 "다만 하나금융 대주주인 싱가포르 테마섹과 미국 골드만삭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끝낸 KB금융과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 등도 인수 주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신경 분리를 추진 중인 농협도 신용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은행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 내년 초 M&A 본격화할 듯
금융권에서는 내년 초에나 은행권 새판짜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까지는 기업 구조조정과 수익성 개선 등에 매진하며 체력 회복에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23%에 해당하는 소수지분 매각을 끝낸 후 내년부터 매각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외환은행의 경우도 론스타가 매각 의지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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