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가계대출 시장을 대표하던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대출이 퇴출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CD의 장점으로 꼽히던 금리 및 변동성이 금융위기 여파로 실종됐으며, 이를 대체할 새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에서 시장금리부연동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월 말 현재(신규취급액 기준) 61.5%로 전월 대비 19.8% 급감했다. 이는 지난 2004년 6월의 58.5%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시장금리부연동 대출이란 CD·은행채·국고채·코리보(국내 은행 간 단기금리) 등 은행의 개별 시장성 수신에 연동한 대출을 말한다.
이 대출의 비중은 지난 2001년 9월 24.9%에 불과했으나, 2002~2005년 동안 빠르게 상승하며 지난해 1월에는 90.2%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다가 은행들이 CD에 과도한 가산금리를 부가한다는 비판여론이 커짐에 따라 80%대 초반으로 주저앉은 후 올 3월 들어 급감했다.
시장금리부연동 대출이 큰 폭으로 축소된 것은 지난 2월 코픽스가 출시된 데 따른 것이다.
코픽스는 CD와는 달리 은행의 전체 수신상품 금리의 평균을 가중평균한 금리지수로 CD보다 금리가 낮아 인기가 높다.
또 코픽스가 CD보다 시장 수급에 영향을 적게 받는 등 안정성이 높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코픽스가 포함된 수신금리연동 대출의 비중은 같은 기간 5.0%에서 22.4%로 4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1년 9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코픽스가 CD를 대체하는 최근의 양상은 지난 2003~2004년 CD가 프라임레이트연동 대출을 대체하던 양상과 흡사하다.
2000년대 초까지만해도 은행들은 각 은행의 수신금리와 시장금리에 고객의 거래내역 등을 반영해 산출하는 프라임레이트 금리를 사용했다.
그러다가 지난 2003년 옛 제일은행이 변동성이 낮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CD연동 대출을 처음 선보이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은행들이 수신을 늘리기 위해 CD를 대량으로 발행함에 따라 금리가 오르고 변동폭도 확대됐다.
이에 따라 과거 CD가 프라임레이트연동 대출을 대체했듯 올 들어 코픽스가 CD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김병수 한국은행 금융통계팀 과장은 "코픽스는 100% 조달 원가로 금리를 책정하기 때문에 CD보다 변동성이 약한 코픽스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다"며 "과거 프라임레이트 연동 대출을 CD가 대체했듯, 코픽스의 등장으로 대출시장이 변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과거 부동산 투자 열기가 불면서 가계의 부채 증가와 함께 CD연동 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하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며 CD의 금리 메리트와 변동 안정성이 떨어지며 코픽스로 대체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CD연동 대출 축소로 프라임레이트연동 대출 비중은 3월 말 현재 6.9%로 전월의 3.8%보다 3.1% 확대되며 지난 2006년 12월의 7.2%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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