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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방 화랑 박우홍대표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1938년 일제시대 옥션에 나왔던 단원 게그림도 처음 공개되고요, 탄은 이정의 니금세죽도 좀처럼 보기힘든 희귀작이죠. 옛그림은 화면의 크기는 작지만 넓고 풍성한 느낌을 선사하지 않습니까."
8일 박우홍 동산방화랑 대표가 전시장에 걸린 누렇게 변색된 그림앞에서 말을 멈추지 않았다. 미술시장 불황속 개인화랑에서는 엄두를 못낼 고서화를 한데 모은 기쁨과 '대를 이은 전시'이기 때문.
박대표가 1여년간 준비해 기획한 '조선후기 회화전-옛그림에의 향수'전이 15일부터 동산방화랑에서 열린다. 현대미술 홍수 속 한국화 전시를 보기힘든 요즘 미술계에서 이 전시는 주목되고 있다.
특히 1983년 동산방화랑에서 '조선시대 후기회화'전 이후 20여년만에 여는 전시여서 미술사학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당시에도 옛 그림 전시회는 거의 없었고 박물관에서나 열리는 전시여서 상업화랑에서 연 전시는 대성황을 이루며 화제가 됐었다. 또 공재 겸재등의 미공개작품들도 출품돼 동산방화랑은 '한국화 전문화랑'을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소정 변관식, 청전 이상범, 운보 김기창 작품 활황세로 한국화시장이 반짝했지만 2000년들어 한국화는 시들해졌고 옛그림 전시도 점점 보기 힘들어졌다.
고서화의 특성상 간송미술관이 일년에 두차례 여는 전시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고미술품 전시가 아니면 화랑가에서는 볼만한 한국화 전시를 접하기가 더더욱 어렵다.
"한국화는 양이 한정돼있어요. 그래서 옛그림 전시는 힘들지요. 전쟁이 나면 도자기는 땅에 묻고 가지만 그림은 불에 타거나 물에 젖고 썩어서 근본적으로 옛서화는 숫자가 많지 않습니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작품은 탄은 이정(1541~1622)부터 공재 겸재 운미 민영익의 연대별로 대를 이은 한국화 48점이 전시된다.
조선 후기 회화사에 이름을 남긴 웬만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 데 모았다. 화가와 서예가 등 33명의 작품이 출품된 전시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임진왜란 이전의 희귀 작품이다.
이가운데 탄은 이정의 ‘니금세죽’(泥金細竹)은 제목 그대로 니금을 이용해 대나무를 그린 그림이다.
전시 서문을 쓴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탄은의 작품은 현시대 중국작가와 맞짱을 떠도 뒤지지 않을 정도"라며 "탄은의 굳세면서도 능숙한 운필이 잘 살아나 있고 대나무 그림들은 잎과 줄기에 왕의 자손답게 기품과 격조가 들어 있는 것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임진왜란 이전의 작품인 ‘시고’(詩稿) 4수 작품은 조선시대 초서 서예가로 이름을 날렸던 고산(孤山) 황기로(黃耆老.1521~1567)의 글씨로, 얼마 전 보물(제1625-2호)로 지정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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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의 <게>27.8x37.7cm |
조선 시대 이른바 ‘3원3재’(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겸재 정선, 오원 장승업, 현재 심사정, 관아재 조영석)의 그림도 빼놓을 수 없다.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는 서울 북악산 정상 가까이에 있는 ‘부아암’을 그린 진경산수화가 나왔고 김윤겸, 정충엽등 겸재일파의 진경산수도 선보인다.
단원 김홍도의 게그림은 스스럼없는 필치로 그린 생동하는 묘사력을 여실히 보여준다.오원 장승업의 화조(花鳥)와 기명절지(그릇과 각종 화훼류)를 그린 병풍이 출품됐다. 나비를 잘그려 남나비로 불리는 일호 남계우의 부채꼴의 구맥호접선면도 나왔다. 공재 윤두서의 '주감주마'는 술에 취해 말을 타고 가는 그림으로 공재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옛그림은 사이즈가 크지 않아요. 단원 게그림도 화첩입니다. 방안에서 감성하던 그림이었기 때문에 이번 전시작품들도 폭이 나뉜 화첩이 대부분입니다. 전시작품은 화랑소장품도 있지만 개인 소장품을 대여한 것입니다. 대부분 미공개작이고 희귀품을 전시하기까지는 아버지의 힘이 컸죠."
화랑에서는 열기 힘든 전시가 성사될 수 있었던 데는 1974년 개관 이후 한국화(동양화) 전문 화랑으로 명맥을 이어온 동산방 화랑의 힘이다. 박대표의 아버지인 창업주 박주환씨 때부터 동산방화랑과 인연을 맺어온 소장가들은 화랑을 믿고 작품을 내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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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濠 南啓宇 - 瞿麥胡蝶 (扇面) 30x62.3cm |
"옛그림의 전시를 개인화랑이 준비하면서 진위문제로 조심스런 마음이 있었다"는 박우홍 대표는 "하지만 고서화전 전통이 이어지길 바라는 미술애호가들과 실제 작품을 볼 기회가 없는 미술사학계의 학생들에게 자료 가치측면에서 보탬이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1,2년내에 조선시대 후기 회화편만을 따로 모아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서문과 도판해설을 쓴 유홍준 전 청장은 “동산방화랑과는 문 열때부터 안다"며 "전시 서문을 썼다는 것은 일종의 이서를 한 것"이라면서 진위문제를 일축했다. 그는 "조선시대 회화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옛그림전은 회화사 몇편의 논문보다 더 많은 미술사적 정보와 지식을 제공받는 기회"라며 "앞으로 이러한 고서화 전시가 더 많이 더 자주 열리게 되어 미술계에 옛그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다시 살아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작 48점중 20여점은 판매한다. 전시는 28일까지. (02)733-5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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