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진 부회장이 그룹 안에서는 이종철 부회장과 함께 ‘넘버2’로 불리는 만큼 STX유럽 정상화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한 강덕수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즉 꼼꼼하기로 유명한 관리형 CEO인 홍 부회장이 STX유럽 총괄 부회장으로 부임하면서 재무구조개선, 영업력 강화 등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STX유럽을 바라는 보는 시장의 시각은 호의적이지 않다. STX유럽이 해외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그 규모가 당초 4분의 1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STX가 해외에서 1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조달한 것은 2500억원 수준에 그쳤다”며 “투자금 회수와 재무구조개선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또 STX유럽의 수주 실적이 신통치 않은 점도 홍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65억 달러의 수주 목표액을 내세운 STX유럽은 크루즈선 계약이 늦어지면서 연간 목표치 달성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STX유럽은 크루즈선 8척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크루즈선의 척당 가격이 10억 달러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STX유럽의 올해 성적표가 달라질 전망이다.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STX유럽은 1990년 이후 중대형 크루즈선에서 41%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존재”라며 “현재 STX유럽의 크루즈선 시장점유율이 12%에 불과한 것은 향후 크루즈 선박 수주를 독식할 수 있는 준비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STX유럽의 자회사인 STX핀란드도 세계 쇄빙선 60%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며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극해 항로의 개발로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쇄빙선 수주의 최고 수혜주”라고 덧붙였다.
한편 홍 부회장은 1952년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범양상선에 입사했다. ㈜STX 대표이사, STX에너지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2009년 STX조선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홍 부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으로 STX조선은 강덕수 회장과 신상호 사장 투톱 체제로 개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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