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동안 잊고 지냈던 세상은 그 사이 많이도 변했다.
그도 그럴것이 매일마다 새로운 정보에 파묻혀 있던 일과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일상을 놓고 왔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놓고 왔다.
특히 스마트폰을 놓고 온 것은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옳은 결정이었다.
휴가를 떠나기 전 나의 하루 일과는 스마트폰으로 시작하고 스마트폰으로 마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밤사이의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메일을 확인한다.
이동중에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쉴 새 없이 만지작거린다.
그동안의 휴가는 휴가 같지도 않았다.
대한민국 어디, 전세계 곳곳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갖고 진정한 휴가를 즐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인터넷의 발달로 사라지고 있는 15가지 중의 하나로 휴가를 꼽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휴가는 제대로 마음먹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벗어났다.
처음 하루는 너무 힘들었다.
‘새로운 뉴스는 무엇이 있을까. 메일 확인을 해야하지 않을까’ 등의 생각으로 안절부절하기도 했다.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이리도 힘들줄은 몰랐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벗어난 휴가는 편안한 안식과 고요한 즐거움을 안겼다.
스마트폰을 벗어나기 위한 여행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 내 호텔, 리조트들은 디지털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여행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여행객이 체크인하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자신의 디지털 기기를 반납하거나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하면 숙박료를 할인해 준다.
디지털 기기 대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나 고전 도서 등이 제공된다.
진정한 휴가란 몸과 마음을 편히 하는 데 있다.
휴가는 일에 대한 근심과 생각을 놓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새로운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도록 자신을 충전하는 것이다.
아직 휴가를 떠나지 않았다면 적어도 휴가 기간에는 디지털 기기를 모두 고이 집에 모셔두고 제대로 한 번 쉬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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