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치권 안팎에서는 시한이 코앞에 다가온 만큼 이번주를 고비로 타결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이 실제 디폴트를 선언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미국 개인금융 전문매체 머니는 최근 미국의 디폴트 사태가 몰고올 후폭풍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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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대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 추이(단위:%/출처:WSJ) |
전문가들은 미국이 디폴트 상황에 처했을 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매트 슬로터 미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며 "미국이 일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역사적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디폴트에 따른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의장은 미국의 디폴트가 "거대한 금융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7일 CNN에 나와 "미국의 디폴트는 금융시스템을 '패닉(공황)' 상태로 몰고,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로 인한 충격은 2008년 리먼사태 때보다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방정부, '하루살이' 전락
연준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미 정부는 그날그날 들어오는 세수로 전체 지출분의 60%밖에 소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치 세수로는 나머지 40%는 감당할 수 없어 즉시 지출이 중단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 연방정부의 수표로 급여와 수당을 받는 군인들과 퇴직자, 실업자 등은 8월2일 이후 이를 받지 못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의원들은 연방정부의 디폴트 사태에 대비해 지급 우선 순위를 정하기 위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지난주에 이미 군인 급여와 수당, 부채 상환 등을 지급 우선 순위로 꼽은 법안을 제출했다. 퇴직자, 실업자 등에 대한 수당은 이들이 제출한 법안의 우선 순위에서 빠졌다.
◇국채 수익률 급등 시장 대혼란
미국의 지불능력이 바닥나면 최고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아온 미 국채의 위상은 추락하게 된다.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률이 치솟고 이는 연동된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자동차대출, 학생대출 금리 급등으로 이어진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는 물론 기업의 대출이 어려워져 성장세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부채도 그만큼 늘어난다. 금융위기의 단초가 됐던 모기지 부실화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기 이후 천문학적인 자금을 시중에 풀며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온 연준의 노력 역시 허사가 된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혼란 정도에 따라 미 국채 수익률의 상승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라인더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장의 혼란이 최고조에 달해 금리와 무관하게 아무도 신용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지출 40%↓…경기침체 불가피
미국이 디폴트에 처할 경우 경제 성장세가 위축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디폴트 상황에서는 유례 없는 대규모 재정지출 삭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채 수익률 급등세는 가계와 기업에 대출 장벽으로 작용, 소비와 투자를 저해할 게 뻔하다.
블라인더는 미국이 가까스로 디폴트를 피한다 해도 침체는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 국채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미국이 자금조달 능력을 잃게 되면 적어도 40%의 정부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10~11%에 상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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