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동주택 디자인 원칙인 '지생가(地生家)' 아파트 예시도. 자연과 건물이 하나로 합쳐진 듯한 것이 특징이다. |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집은 특별하다. 자연·인간·주거공간에 대한 의식의 전환과 근본주의적 접근방법, 생태주의 이념에 기초한 '지생가(地生家)'라는 디자인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생가란 '땅이 집을 낳는다', '땅과 집은 하나다'라는 의미다. 자연과 주택이라는 인공물과의 관계성에 대한 새로운 규범인 것. 또한 LH가 지난 2009년 10월 한국토지공사(L,地)와 대한주택공사(H,家)가 합병되어 유기적인 한 기관으로 탄생(生)하였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생가는 서울시 부시장 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이었던 권영걸 교수(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팀이 만들었다. 권 교수는 디자인서울 정책을 진두지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디자인, 외부환경디자인, 시각디자인, 시설물디자인, 야간경관디자인 등 5대 분야에 대한 정밀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함께 제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원가 절감에서부터, 자연성에 기초한 건강한 주거공간을 위한 절제된 디자인 지침이 포함돼 있다.
지생가 원칙을 따라 지어진 LH아파트는 주변 녹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초록이 보이는 지붕, 불필요한 장식요소가 배제된 단정한 입면의 건축물로 구현된다. 기존 아파트가 저층부를 마감재와 색으로 차별화하던 것과 달리, LH 공동주택의 저층부는 형태와 구조에 변화를 주어 저층부 거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게 된다.
또 폐쇄적이고 어두웠던 비상계단실에는 과감하게 넓은 유리면을 적용해 햇빛이 들어오는 밝은 이동공간으로 조성하고 적극적인 실내조경으로 입주민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한다.
단지 내 외부공간은 지생가가 더욱 구체화되는 곳이다. 수목의 밀식으로 만들어진 습한 그늘은 식재 사이에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해 빛을 끌어들이며, 단지 외부와 내부를 차단시키는 경계면의 옹벽과 방음벽이 최소화돼 밝은 햇빛과 시원한 나무그늘이 있는 단지산책로가 조성된다.
LH는 지생가를 통해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친환경적인 집합주거공간의 한국적 규범을 제시하는 동시에, LH와 국민이 함께 초록의 삶을 구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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