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지난해 9월 수준까지 급락하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대거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9원 오른 1179.8원으로 마감했다. 종가기준 하루사이 원·달러 환율이 30원 가까이 오른 것은 2009년 4월 30일(58.70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이미 뉴욕외환시장에서 크게 올랐다. 스왑포인트를 감안한 1개월물 달러·원 차액결제선물환(NDF)은 1166.35원으로 전일 국내시장 현물환 종가 1149.9원 대비 16.45원 올랐다.
◆ 外人 국내시장 이탈 가속화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대거 이탈한 탓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이날 3045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매도했다. 코스피가 1700선까지 떨어진 지난 8월 한달 동안 국내 증시에서 4조6235억원을 매도한 외국인은 이달에도 1조1906억원 어치 주식을 팔았다.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급감하고 있다. 이날 외국인 140억원 가량의 국내채권을 매수했다. 이에 비해 외국인은 지난달 일평균 1773억원씩 모두 3조9022억원어치 국내 채권을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요동치는 국내 금융시장의 향방을 가를 열쇠는 원·달러 환율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3대은행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충격이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강화하면서 당분간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비등하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되는 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몰릴 것"이라며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 이탈리아의 구제금융이 필요하게 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12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글로벌 신용경색 확산 어디까지?
문제는 이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미국 FOMC 추가부양책에 기대를 모았지만 뉴욕 다우지수가 2.49% 하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리스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고질적인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이달에도 이탈리아와 미국 3대은행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대일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 은행 신용등급 강등은 유럽 재정위기가 금융시장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유럽중앙은행(ECB)이 부실자산을 매입하거나 유럽공동채권을 발행하는 방법도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이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때문에 다가올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국제공조를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당장 22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진행되고 있고, 23~25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가 개최된다.
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분담액 증액 지원법안에 동의한 독일이 이번주 예산위원회 승인을 거쳐 의회에서 최종 승인을 얻을 수 있을 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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