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회장은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아시아개발은행(ADB)이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금융컨퍼런스 축사를 통해 “한국 금융기관들이 달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국내 은행에 푸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3100억 달러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했던 1700억 달러선을 크게 넘었다”며 “그러나 한은은 국내 은행에 대한 예금이 외환보유액으로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묶어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주나 중국은 중앙은행들이 가진 외환보유액을 풀어서 국내 은행에 달러 자산을 제공해 도움을 준 사례가 있다”며 “외환보유액을 활용하는 것은 은행의 조달비용을 낮추고 단기 대외쇼크에 대한 완충기(버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 회장은 국내 증시와 환율이 대외 금융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금융 불안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 적절한 금융규제의 틀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국제 금융규제를 마련할 때 신흥경제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 부위원장은 “국제통화를 가지지 못한 신흥국은 통화불일치로 인해 경제위기를 겪는 경우가 많고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며 “이런 경험을 토대로 한국은 지난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안정망 마련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선진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유로존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이끄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