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지나친 ‘표(票)풀리즘’에 빠진 나머지 위험 수위를 넘어선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지난주 국회 정무위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과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이 대표적인 예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결코 추진할 수 없는 법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런 몰상식한(?) 일이 유통업계에도 발생하고야 말았다.
전국 지방자치 단체들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강제휴무에 대한 조례를 앞다퉈 제정 중이다.
지난해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과 휴업 일수를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조례 제정 형식을 빌린다지만 유통업체에 강제휴무 운운한다는 것은 명백히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기 그지 없다.
중소상인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터무니 없이 부족한다는 것이 작금의 현실임을 감안할 때 이번 조례 제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원리는 무시한 채 조례제정이 강행된다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인지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은 “강제휴무 조치는 헌법상 보장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코스트코 등 외국계 회사들은 강제휴무 규정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무역협정에 어긋나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 또한 노골적으로 반대논리를 펼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방자치 단체가 점포 출점과 관련한 인허가 기관임을 감안해서다,
이들 단체들의 심기를 건드려서 향후 점포출점과 관련해 득이 될게 없을 것이란 판단인 것이다.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고 모두는 아닐지언정 다수가 공감할 수 있을 때만이 사안이 환영받을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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