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뿐 아니라 SK그룹이 가세한 하이닉스는 올해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과 해외 기업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엘피다 결론에 상관없이 생산 규모 줄듯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엘피다가 재무적 어려움으로 인해 D램 분야에서 핵심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단계로 접어들어 들었다.
합병 가능성이 제일 높다. 엘피다는 현재 모바일 D램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낸드 플래시만 생산하고 있는 도시바 또는 모바일 D램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엘피다는 최근 마이크론, 대만 난야 등과 합병을 논의한 적이 있다. 또 일본 정부도 자국 산업의 구조조정에 팔을 걷어 부친 상태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케파 손실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채권단이 부채 만기를 연장해 주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D램 업황의 회복세와 맞물려 엘피다의 독자 생존도 예상된다. 하지만 부진한 설비투자를 감안하면 경쟁력 약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D램 부문을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영주 애널리스트는 "엘피다가 보유한 D램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이라며 "비메모리업체에게는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말했다.
3가지 시나리오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이 엘피다의 생산 케파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엘피다를 제외한 경쟁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불 보듯 뻔하다.
◆삼성·하이닉스 반사이익 예상
한국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클 전망이다. 대만 업체들의 감산 움직임과 맞물려 엘피다의 거래선이 한국 업체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만 최대 D램 업체인 난야는 8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대만 최대그룹 포모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 이노테라도 8분기 연속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난으로 대만 업체들은 지난해 감산을 돌입한 상태다. 추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현재 100%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과 대만 기업들은 정부나 금융권의 자금 지원을 받더라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대규모 투자 예고한 최태원 회장, 더없는 경사 맞아
특히 하이닉스의 경우 절묘한 타이밍에 호재를 맞이했다. SK는 신주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로 올해 5조원 가량을 하이닉스에 쏟아 부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투자액이다.
일본이나 대만 기업들은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다. 사실상 삼성전자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업체로는 하이닉스가 유일하다. 올해는 업황도 개선될 전망이다.
실제 D램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PC용 DDR3 DRAM 현물가격이 전달 저점인 0.72달러에서 0.95달러로 상승했다. 현물가격이 고정거래선 가격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가 IT업계의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 반등폭이 예상보다 빠르다"며 "올 1분기 후반으로 갈수록 반등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요도 회복도 점쳐진다. 애플 아이패드3, 삼성전자 갤럭시S3,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성장 등으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시황 회복과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최태원 SK 회장이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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