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명승부를 펼친 버바 왓슨(오른쪽)과 루이 오이스투이젠. [미국 PGA투어 캡처]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오거스타의 신(神)은 최종일 백나인에서 우승자를 점지한다고 했는가.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제76회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는 그 전설대로 72홀 정규라운드로도 모자라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승부가 났다.
9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끝난 대회에서 4라운드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공동선두를 기록하며 연장전에 나간 선수는 버바 왓슨(34· 미국)과 루이 오이스투이젠(30· 남아공)이었다. 왓슨은 미국PGA투어에서 ‘장타자’로 정평난 선수이고, 오이스투이젠은 2010브리티시오픈 챔피언이다.
18번홀(파4· 465야드)에서 치러진 연장 첫번째 홀 경기에서 두 선수는 파를 기록했다. 관례대로 연장 두 번째 홀 경기는 10번홀(파4· 495야드)로 옮겨 치러졌다. 18개 홀 가운데 역대 최고난도 홀이다. 지난해 최종라운드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트리플 보기를 하며 우승문턱에서 미끄러진 홀이기도 하다.
‘왼손잡이’ 왓슨의 티샷이 훅이 걸리며 숲속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오이스투이젠의 볼은 페어웨이를 갓 벗어난 얕은 러프에 멈췄다. 오이스투이젠에게 행운이 따르는 듯했다. 그러나 그의 두 번째 샷은 짧아 그린에 오르지 못하고 둔덕에 머물렀다.
왓슨 차례. 볼이 있는 곳에서 그린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라이는 괜찮았다. 두 시간여 전에도 티샷이 그 근처에 떨어졌기에 그다지 당황하지 않았다. 그린까지 155야드를 남긴 왓슨은 웨지를 들고 볼에 훅스핀을 걸었다. 볼은 나무사이의 좁은 공간을 벗어나더니 오른쪽으로 휘어 그린에 안착했다. 천금같은 ‘리커버리 샷’이었다. 함성이 터져나왔고 볼은 홀옆 3m 지점에 멈춰 버디 기회였다.
오이스투이젠의 세 번째 샷은 홀을 4m나 지나쳤다. 그 퍼트를 넣어야 연장전을 늘릴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그의 파퍼트는 홀을 살짝 비켜갔고, 왓슨은 차분히 2퍼트로 파를 잡으며 생애 첫 메이저타이틀을 안았다.
왓슨이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미러클 샷’을 하며 승부를 결정했지만, 이날 초반 기세는 오이스투이젠이 먼저 올렸다. 2번홀(파5· 575야드)에서 그는 홀까지 253야드를 보고 4번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날렸다. 볼은 그린앞 1m 지점에 떨어지더니 경사를 타고 약 25m를 굴러 홀속으로 들어갔다. 한 홀의 파보다 3타 적은 스코어인 알바트로스(더블 이글)였다. 이 홀에서 알바트로스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대회 76년 역사를 통틀어 네 번째 알바트로스다. 오이스투이젠은 단숨에 필 미켈슨(미국) 등을 제치고 선두에 나섰다.
2위로 최종라운드에 들어선 ‘왼손잡이’ 미켈슨은 4번홀(파3· 240야드)에서 기록한 트리플 보기에 발목이 잡혀 선두권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티샷이 왼편 숲으로 들어간 후 클럽을 뒤집어 오른손잡이 식으로 두 번 스윙했으나 볼은 여전히 러프였고 네 번째 샷은 벙커에 빠졌다. 벙커샷을 홀에 붙여 5온1퍼트로 홀아웃한 것. 통산 네 번째 ‘그린 재킷’을 노렸던 그로서는 4라운드 4번홀을 평생 잊지 못할 듯하다. 미켈슨은 합계 8언더파 280타로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매트 쿠차(미국), 페테르 한손(스웨덴)과 함께 공동 3위를 기록했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합계 5오버파 293타(72· 75· 72· 74)로 공동 40위에 머물렀다. 최종일 스코어 74타와 최종 순위 40위는 그가 프로로 전향한 이후 올해까지 16회 이 대회에 출전한 동안 가장 나쁜 것이다. 매킬로이도 이날 76타를 친 끝에 우즈와 같은 40위를 기록했다.
케빈 나(29· 타이틀리스트)는 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12위에 올랐다. 한국(계) 선수 중 최고성적이다. 16위 안에 든 그는 내년 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첫 출전한 배상문(26· 캘러웨이골프)은 합계 4오버파 292타로 공동 37위, 양용은(40· KB금융그룹)은 11오버파 299타로 공동 57위를 각각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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