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대주주 보고펀드와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우리투자증권, 다이와증권은 이르면 이달 초 본입찰 참여 업체인 대한생명과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그룹 중 우선인수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었다.
통상 본입찰제안서 접수 이후 결과 발표까지 2~3주를 넘기지 않는 입찰 관례를 반영한 전망이다.
그러나 보고펀드와 두 입찰 참여 업체의 추가 가격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푸르덴셜파이낸셜그룹은 보고펀드가 예상 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자 사실상 동양생명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생명은 앞선 12일 보고펀드와 막판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합의점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보고펀드로부터 본입찰 결과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통보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이달 중순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동양생명 입찰이 유찰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동양생명의 유찰은 보고펀드와 동양그룹 등 매각 당사자들은 물론 생보사 M&A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생명과 푸르덴셜파이낸셜그룹이 ING생명 아시아태평양법인 인수에 사활을 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당초 두 회사 중 한 회사가 동양생명을 인수하고 나머지 한 회사는 ING생명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보고펀드의 퇴짜를 맞을 경우 ING생명 인수전의 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생명과 푸르덴셜파이낸셜그룹 외에 ING생명에 러브콜을 보낸 곳은 KB금융지주,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국내 대형 금융사와 홍콩 AIA그룹을 비롯한 다수 외국계 금융사다.
대한생명이 동양생명 인수에 실패할 경우 이른바 생보사 빅(Big)3의 M&A 전쟁이 현실화된다.
특히 이들 대형 3사는 KB금융과 달리 중국,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 등 ING생명 해외법인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전면전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이 추산한 ING생명 매각 예상가는 한국법인 4조원, 아태법인 7~8조원 규모로 인수 후보들의 실탄은 충분하다.
ING생명의 모기업인 네덜란드 ING그룹은 최근 각 인수 후보사에 비밀유지계약(NDA) 관련 서류를 발송했다.
해당 서류를 받은 회사가 ING생명 인수협상에 대한 사항을 함구한다는 데 동의할 경우 투자제안서(IM)를 추가 발송한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모든 결정은 보고펀드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아직 보고펀드에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데다 보고펀드와 대한생명 모두 협상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어 입찰 흐름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한생명과 푸르덴셜파이낸셜그룹이 두 매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동양생명과 ING생명을 떼어 내 생보사 M&A 향방을 추론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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