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가 공급계약을 맺은 주유소에 자사 제품만을 전량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위법으로 규정한 것이 그 내용이다. 이를 두고 계약 당사자 간의 사적 문제에 정부가 너무 깊이 간섭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식경제부가 정유사와 주유소간 전량구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주유소가 거래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전량 구매하지 않더라도, 정유사는 계약을 해제하거나 위약금 및 기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주유소가 계약 정유사 외에 석유전자상거래 등 다른 곳에서 기름을 사다 팔 수 있도록, ‘혼합판매’를 활성화시키려는 조치이다. 이를 통해 유통시장의 경쟁을 부추겨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
그간 이와 유사한 정책이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해 추진돼 왔었지만, 석유사업과 직결되는 관계법령에 입법화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 새로운 법령에 대한 다양한 유권해석이 쏟아지면서 논쟁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유사는 정부가 사적인 계약까지 간섭하려 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홍보와 판촉, 품질 관리 등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다”면서 “그런 상표권을 사용하는 주유소가 정작 기름은 다른 데서 사서 마음대로 팔 수 있다는 얘기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개정안만으로는 정유사가 전량구매를 강요하는 행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유권해석을 두고 논쟁이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주유소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정유사의 강요보다는 각종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커서다. 이와 관련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가 혼합판매를 하려는 주유소에 대해 보너스카드 등 지원혜택을 끊으려 할 텐데 이 부분까지 법으로 제재가 가능할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주유소 관계자는 “정부가 혼합판매 활성화를 위해 계속적인 시도를 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실효성이 없는 기름값 정책을 남발하면서 업계의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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