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 17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한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유럽발 악재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혼란에 정부가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점검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17일 열린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유럽정치경제변화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하고 필요하면 정부에서 시장안정대책을 추진하겠다”며 시장 안정에 나섰다.
우리경제가 과거 금융위기 때와 달리 거시경제 펀더멘탈이 양호한 만큼 시장의 변동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차분히 대응하겠지만 상황이 급변할 경우를 대비해 대응책을 모색하겠다는 것.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응 ‘긍정’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해외 경제 변화와 위기에 취약하다. 정부가 신속히 움직이는 것도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될 경우 국내 금융의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연구원(KIEP) 허인 국제금융팀장은 “그동안 정부는 아무 일도 안하는 것처럼 비판을 받아왔었는데 이번의 경우 신속하게 움직인 점은 바람직스럽다”며 “현재 정부로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오늘처럼 국내 경제가 이만큼 건전하다는 것을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글로벌 경제팀장도 “과거 외부적인 요인으로 금융시장의 변동 폭이 커질 때 정부는 시간을 두고 시장에 시그널을 줬었으나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대단히 신속하게 시장에 메시지를 주는 모습”이라며 “시장의 경우 한번 떨어질 때 계속 떨어지기에 이번과 같은 조기개입은 좋은 방향”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모여도 마땅한 묘책 없어 ‘고민’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에서는 시장이 안좋은 것 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큰 것이 문제”라며 “그리스 상황의 경우 EU간의 타협점을 찾을 때까지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정부의 시장에 대한 상황인식에 대해 정작 시장은 관심이 없다.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정도인데 이는 다르게 얘기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유럽 상황이 더 나빠졌을 때 국내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달러 부채나 달러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을지 점검하는 것 정도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의미다.
임 팀장은 “향후 그리스 사태와 관련해서 시나리오별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겠지만 구체적인 조치들이 나와 줘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국내 시장 자체가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 시장의 경우 외화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식과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인데 뾰족한 수가 없다”며 “외환보유고가 3000억 달러를 넘었다고 하더라도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은 만큼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팀장은 “정부가 (시장에) 조금씩 개입하겠지만 구두개입 계속 될 것이고 거시경제운용방향 자체도 비상운영체제로 다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팀장은 “우리나라의 거시 펀더멘탈이 나쁜 편이 아니고 외환보유고 역시 충분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 참가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또 다른 외환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조기에 종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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