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현실화-중> “포퓰리즘 전리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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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5-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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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정치인들이 국가부채 늘린 주범인데 왜 국민이 덤터기쓰나.”

최근 재정적자 등으로 유로존 탈퇴 논란을 빚고 있는 그리스의 한 국민이 무책임한 정치권을 향해 날린 직격탄이다.

하지만 이는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다.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한국의 전기요금도 널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달초 농업 산지유통시설 전기료를 산업용에서 농사용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한국전력공사와의 협의도 마무리돼 4월부터 소급 적용키로 했다.

산지유통시설의 전기요금은 200㎾의 전력으로 하루 8시간씩 300일 가동하면 연 34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이 결코 찬성할 리가 없다. 산지유통시설은 농산물의 상품화라는 기업 행위를 하는 곳으로 명백한 산업용이며 형평에도 어긋난다는 반대 논리로 한전은 맞섰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반대하고 나선 농민단체에‘당근책’으로 농민의 피해를 보전해 주자며 합의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말 기업형 영농법인에 단계적으로 농사용이 아닌 산업용 요금을 물리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지경부는 6개월째 “실태를 파악 중”이라며 지금까지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FTA 체결 등으로 농심(農心)에 민감한 정치권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사용은 원가의 34.6% 수준인 가장 값싼 전기다. 100원의 전기를 쓸 때마다 70원 가까이 적자를 보는 셈이다. 한국전력의 연간 적자 2조3000억원 가운데 농사용으로만 빠져 나간 돈이 7000억원이다.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정신줄을 놓으면서 농민단체가‘헐값 전기료’를 전리품으로 챙긴 꼴이 됐다.

홍석우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산업용뿐 아니라 주택용도 같이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관계 부처와 협의해 조만간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산업용의 경우 6~8%, 주택용은 2~3% 수준의 인상안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재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인상률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당정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청와대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의 인상폭과 시기를 어떻게 조율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또 어떤 선심성 전기요금 정책을 쏟아낼지도 모를 일이다.

전기요금 현실화는 당면 과제지만 ‘공공요금 상승은 물가안정을 해친다’는 명분으로 정치권 입김에 밀려 번번이 꼬리를 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 요금체계의 왜곡은 물론 ‘졸속 요금제’로 귀결되면서 나중에 고스란히 국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독립된 규제기관이 직접 결정하는 형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료비 증가분을 전기요금에 반영시키는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정치권에 의해 실제 전기요금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전기위원회를 정부로부터 독립시키는 등 규제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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