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이자 감당 못해 카드 돌려막은 A씨 아파트 결국…

카드회사 경매신청 상반기에만 328건..해마다 증가세<br/>금융권 중복 경매 신청 많아 채무 해소 불투명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금융위기 전인 2008년 5월 분당신도시 야탑동에서 대형 아파트(전용 164㎡)를 매입한 A씨. 저축은행에서 10억7500만원을 대출받아 집을 마련했지만 이후 아파트값은 계속 떨어졌다. A씨는 대출 이자 부담에 시달리다 결국 카드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2200만원까지 불어난 카드값을 막지 못한 A씨의 아파트는 결국 카드사에 의해 얼마 전 경매 처분됐다.

신용카드 빚을 못 갚아 집까지 경매에 넘어가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2일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이 서울·수도권 부동산 경매물건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드 대금 연체 때문에 카드회사로부터 경매 신청된 경매 물건이 328건에 달했다.

지난해 카드회사의 경매신청 건수는 553건으로,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의 경우 지난해 수준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카드회사의 경매신청은 지난 2009년 486건에서 2010년 522건, 지난해 553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카드회사가 경매 신청한 물건은 통상 악성 채무로 분류된다. 경매 신청한 채권자가 경매를 통해 회수하려는 청구금액이 수백만~수천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통상 몇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담보대출금 연체에 따른 경매물건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실제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전용 98㎡의 경우 감정가가 11억원이지만 청구액은 880만원에 불과하다. 현재 3번 유찰돼 최저가가 5억6320만원까지 떨어졌다.

카드 빚에 따른 경매물건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장만했다가 이자와 생활비를 감당 못해 카드를 쓰다가 연체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무를 갚으려고 아파트를 내놔도 팔리지 않아 결국 경매로 내몰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물건은 다른 금융권에 중복 경매가 신청된 경우가 많아 카드사가 청구금액을 회수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우성아파트 전용 129.7㎡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총 8차례 걸쳐 6억65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이후 카드값 1400여만원을 갚지 못해 강제경매 신청됐고 한달 후 대출 은행에서 경매를 신청했다.

이 때 선순위 저당권이 은행에 설정된 경우 카드사는 배당 순위에서 밀려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지지옥션은 분석했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집주인이 이자와 생활비 부담으로 카드 빚을 지고 아파트를 경매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 금융권 대출금이 상당해 경매로 처분되더라도 부채가 모두 청산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