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기자실을 방문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문과 관련,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책임론 얘기가 나오자 김 장관은 불편함을 그대로 표출했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 17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기자실 방문 예정'이란 문자가 왔다. 5분이 지났을까, 10시 22분 '안 온다. 문자 잘못 보냈다'고 통보, 10시 23분 다시 '내려온다'고 재 통보.
외교부가 억울하긴 억울한가 보다.
"외교부 기자들이 장관에 대해 조금의 이해는 있을 줄 알았는데 없나 보네요." 돌려(?) 질문하는 기자에게 김 장관은 섭섭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문으로 정치권 일각에서 '외교안보라인 책임론'이 급부상한 데 대해 외교부 일각에서 '억울하게 외교부만 희생양이 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었다. 때마침 책임전가에만 급급한 부처들에 이명박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가 나오면서 조용히 있던 부처 수장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일까.
사실 업무와 관련된 부처간 협의에서 나온 결과에 대해 외교부만 책임을 진다는 것에 억울할 수도 있겠다.
'윗선' 지시인데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상·하급자 사이에 지시와 복종이라는 수직관계가 어느 집단보다 명확한 공무원집단이 아닌가. 그래서 문제만 발생하면 이유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기에 당연한(?) 것이다.
괜히 고(故)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가 한창 가동될 때 폐지가 확정된 국정홍보처의 한 간부가 인수위 관계자들에게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한 말이 당시 유행되기까지 했을까. 문제의 '윗선'이 책임져야 함은 새삼 논할 것 없다.
하지만 타 부처와 달리 특수직인 외교관들이 매번 ‘송구스럽다, 책임을 인정하다’하면서 억울함만을 호소하는 것이 그리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다. 그 어렵단 외무고시까지 통과한 외교관들이 시키는 것만 하는게 이번에도 입증된 사실이니 똑똑한 머리와 능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김 장관은 또 "절차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지만 국민을 무시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을 무시하지 않았다고 강변하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했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국가간 결례를 범하는 실수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나. 정부가 국민들을 무시하기 전, 힘 없는 외교부를 국민들이 무시하게 될 것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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