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부터 제인 지드, 메그 맬런, 낸시 로페즈. [미국 골프채널 홈페이지 캡처]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골프장에 웬 백기?
구력이 꽤 된 골퍼들은 어디서 많이 본 사진일 것이다. 14년전 박세리(35· KDB산은금융그룹)가 ‘맨발 투혼’으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할 당시 한쪽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사진속 주인공은 제인 지드(왼쪽), 메그 맬런(가운데), 낸시 로페즈(오른쪽)다. 당시에도 ‘베테랑’이었던 세 선수는 어이없는 스코어로 커트탈락하자 퍼터에 흰 수건을 걸쳐 골프깃대를 형상화한 후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GC 18번홀 페어웨이를 걸으며 무언의 항의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뜻은 ‘코스가 너무 어렵게 셋업됐다’는 것. 맬런의 경우 당시 첫 날 첫 홀에서 ‘퀸튜플 보기’인 5오버파 9타를 쳤다. 결국 1, 2라운드를 77타-76타(합계 11오버파)로 마치며 탈락했다. 맬런은 더욱 코스 설계가인 피트 다이한테서 “내가 만약 첫 홀에서 9타를 쳤다면 총으로 자살하겠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맬런은 “그 때 코스는 ‘학살’ 수준이었다. 내가 골프를 시작한 이래 가장 편치 않았던 대회였다. 나는 기진맥진해버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챔피언 박세리조차 3, 4라운드를 75타-76타(합계 9오버파)로 마쳤다. 박세리와 제니 추아시리폰은 4라운드합계 6오버파 290타로 공동선두를 이뤄 연장전에 들어갔었다. 6오버파는 36년래 여자 메이저대회 챔피언 스코어로는 최악이었다고 한다.
올해 블랙울프런GC는 당시보다 전장이 500야드정도 길어졌다. 코스의 파도 71에서 72로 조정되긴 했으나 전장은 7000야드에 육박한다. 여자선수들에겐 긴 코스 셋업이다. 어프로치샷이 그린을 벗어나면 곧바로 개울에 처박히는 5번홀을 비롯 만만한 홀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븐파’나 ‘오버파’ 우승스코어가 점쳐진다. 선두권 선수들의 스코어차가 미미하면 지난해처럼 연장승부 가능성도 높다. US여자오픈 연장전은 ‘3홀 플레이오프’로 치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