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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에 멈춘 볼은 그 상태대로 쳐야 한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홈페이지 캡처]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일부 골퍼나 캐디들이 벙커내 발자국에 멈춘 볼은 모래를 평평하게 고른 뒤 샷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들은 “골프규칙이 개정됐다고 들었다”는 말과 함께 그럴싸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규칙이 개정된 적이 없다.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나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앞 사람이 남긴 발자국에 볼이 들어갈 경우 억울하지만 그대로 쳐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남긴 자국은 자신이 철저히 정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 골프의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벙커 정리여부다. 한국 골퍼들은 캐디에게 맡기는 일이 많으나, 일본은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자신이 남긴 자국은 철저히 정리한 뒤 떠난다. 허석호 프로는 “프로암대회 같은 데서 보면 일본의 내로라하는 재계 총수들도 벙커샷을 한 뒤에는 하나같이 자신이 남긴 자국을 완벽하게 정리한 뒤 떠나는 것에 놀랐다”고 말한다.
1994년 3월 미국 시니어PGA투어 사상 처음으로 리더가 실격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회는 더그 샌더스 셀러브리티클래식이었고, 주인공은 아오키 이사오였다. 아오키는 지난주 열린 한일남자프로골프대항전에서 일본팀 단장을 맡은 시니어 프로다.
사단은 2라운드 9번홀에서 발생했다. 그의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박혀버렸다. 모래를 헤쳐 볼을 찾았으나 칠 수 없어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했다.
아오키와 그 캐디는 1벌타 후 벙커안에 드롭하기 전에 조금 전 볼을 찾으면서 만들었던 자신들의 발자국을 고무래로 골랐다. 물론 아오키는 그것이 규칙 위반(라이 개선)인 줄 몰랐다. 그는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에 대한 1벌타만 더한채 스코어(68타) 카드를 냈다.
그런데 그 이튿날 경기위원이 그 일을 듣고 녹화테입을 돌려본 끝에 규칙위반이 있었음을 알아냈다. 당연히 아오키가 라이 개선에 따른 2벌타를 가산하지 않은 채 스코어 카드를 냈기 때문에 실격이 주어졌다. 3라운드 2번홀에서 플레이하고 있던 아오키는 아연실색한 채 코스를 떠나고 말았다. 아오키는 2라운드까지 1타차 선두였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했다.
‘스트로크 하기전’에 벙커에서 볼을 찾다가 만든 발자국은 고를 수 없다. 물론 앞 골퍼가 남긴 발자국에 자신의 볼이 멈췄을 때에도 그대로 쳐야 한다. <골프규칙 13-4, 재정 1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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