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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만 덩그러니…이곳에 어떻게 살아요?"..경기·인천 신도시 입주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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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16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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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반시설 부족에 집값까지 하락…업체·입주예정자 갈등 심화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얼마 전까지는 흙 날리는 공사판이었는데 이제 비가 많이 오니까 진흙탕로 변했습니다. 며칠 전 폭우 때는 공항철도 밑에 놓인 도로가 대부분 물에 잠겼어요."(영종하늘도시 입주 예정자 A씨)

"중대형은 '마이너스 피'(프리미엄)가 기본 3000만원 이상씩이에요. 전세는 1억원 안팎이면 40평대 아파트까지도 고를 수 있습니다. 가격 정상화요? 몇 년이나 걸릴지 알 수가 없네요."(청라지구 공인중개사 B씨)

경기·인천지역 신도시·택지개발지구에 입주 폭탄 비상이 걸렸다. 주택 거래시장 침체 속에서 인천 영종하늘도시와 청라지구, 고양 삼송지구, 남양주 별내지구 등지에서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서다.

더욱이 개발사업 및 기반시설 구축이 차질을 빚으면서 아파트만 덩그러니 놓인 ‘유령도시’도 속속 출몰하고 있다. 여기에 입주 예정자들은 이사할 새 아파트값이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떨어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 중구 영종도 '영종하늘도시'. 인천공항 입지를 감안해 세련되게 지은 이름이지만, 지난 14일 기자가 찾은 이곳은 마치 텅 빈 하늘처럼 황량한 모습이었다.

영종하늘도시에서는 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약 1만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1년 전에 방문했을 때보다 아파트 골조만 높아졌을 뿐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입주를 앞두고 시행·시공사와 입주 예정자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개발 호재를 노렸던 입주 예정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 현재 약 2500명 가량이 입주 거부 운동에 들어간 상태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각종 개발사업이 지연·무산됐기 때문이다.

한국판 브로드웨이를 만들겠다던 야심찬 영종브로드웨이 개발 사업은 투자 유치 실패로 이미 무산됐다. MGM스튜디오·밀라노디자인시티 등 영종하늘도시 핵심 개발사업도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이곳 저곳에는 '개발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라'는 내용의 현수막과 '입주 환영' 또는 '할인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영종 일대 입주를 앞둔 아파트값은 분양가보다 최고 1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입주율 10% 정도에 머무를 것"이라며 "이곳으로 이사할 사람이 없으니 전용 59㎡ 아파트의 경우 전셋값이 최저 6000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같은 인천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1만여가구가 준공됐고 올 하반기 4000여가구가 추가로 입주를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도로·학교 등 기반시설 부족에 애를 먹고 있다. 이곳 아파트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 역시 분양가보다 최고 8000만원까지 떨어졌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인천 뿐만이 아니다. 이미 입주를 진행했거나 입주를 앞둔 경기지역 신도시·택지지구도 기반시설 미비와 집값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말 첫 입주 단지를 맞은 고양 삼송지구의 경우 학교·병원·대형 마트 등 기반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아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현지 H공인 관계자는 "입주를 앞둔 단지의 아파트값이 대부분 분양가보다 2000만~3000만원 정도 빠졌다"며 "대출금 이자까지 합치면 계약자들의 손실액이 5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올 1월 입주를 시작한 별내신도시도 기반시설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교통·편의시설은 물론이고 학교·학원 등 교육시설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인근 F공인 관계자는 "계약자들이 중도금 이자와 계약금, 발코니 확장비 등을 부담하면서까지 매물을 내놓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며 "이들 조건을 합하면 최초 분양가보다 10% 이상은 싸게 살 수 있지만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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