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최근 들어 내수 시장의 서비스 강화에 본격 나섰다. 사진은 최근 열린 현대차의 테마 전시장인 서울 서초지점 '플라워샵 1호점'. (사진= 회사 제공)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달 12일 현대차 하반기 판촉대회서 “해외에서 아무리 잘한들 우리나라 시장, 고객에 인정받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라며 “자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밖에서 무엇을 하든 소용없습니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이탈리아 피아트를 들었다. 피아트는 지난해 미국 ‘빅3’인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1984년 64%에 달하던 내수 점유율이 2000년대 들어 20%까지 떨어졌다. 지난해는 이탈리아 공장도 폐쇄했다. 이에 올들어 유럽 시장 점유율도 현대기아차와 비슷한 6%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후 현대차의 국내부문 총괄 김충호 사장 역시 지난 16일 프리미엄 서비스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졸면 죽는다”는 말로 내수 시장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비슷한 시기에 정몽구 회장 역시 기아차 K9의 판매량 확대 방안을 강구하라고 실무진에 재차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경영진의 눈이 국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썬 수치상 큰 문제는 없다. 올 상반기 52만5000대(트럭ㆍ버스 제외)를 판매한 현대기아차는 내수 시장에서 73.8%(각각 43.9%, 29.9%)의 압도적인 내수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변화는 심상치 않다. 먼저 점유율에 큰 차이는 없지만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4.3% 줄었다. 전체 시장 감소율(4.1%)보다 다소 높다. 전년동기대비 20.5% 늘어난 수입차가 주 요인이다. 더욱이 차세대 친환경차로 주목받고 있는 디젤 세단은 유럽 브랜드에,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토요타 같은 일본 브랜드에 일부 내줬다. 하반기에는 더 큰 감소세도 우려되는 상황.
회사 내부에서도 그 동안 해외에 집중한 나머지 국내 소비자에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수와 수출용 차량의 차이, 출고 지연 등 서비스 및 품질에 대한 오랜 불만들이 최근 들어 터져나오고 있는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다. 서비스부문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내 분위기에 대해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했다.
내수 시장에 눈을 돌린 또 다른 이유는 해외 시장이 안착 단계에 왔다는 판단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110만대를 판매, 업계 3위(점유율 약 9%)에 올라섰다. 미국에서도 2009년 이후 빠르게 성장, 지난해 100만대를 돌파했고 점유율도 업계 7위(9%)에 올랐다. 올들어서는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 현지 8위(점유율 5.9%)를 기록 중이다.
요컨대 세계 3대 시장인 중국-미국-유럽에서 6~9%의 안정권에 접어든 것이다. 지난 2004년 316만여 대에 달하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두 배가 넘는 659만대까지 늘었다. 르노-닛산에 이은 글로벌 5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올 연말부터 현지 시장 침체 우려 속 완공되는 중국·브라질 공장의 판매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게 됐다. 최근 내수 시장 강화 움직임은 다시 해외시장에 집중하기에 앞서 ‘안방’격인 내수 시장을 재점검하는 의도로도 해석된다”라고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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