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크리스티 주지사는 이번 대선에 나왔어야 한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공화당 내에서 주목을 받았다. 서민 출신에 무려 300파운드(136kg)가 나가는 몸집에서 나오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대중적인 인기가 매우 높다. 지난 8월말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주연사로 참석해 오바마 행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서 미트 롬니 후보를 추대한 장본인이다.
상황은 허리케인 샌디가 뉴저지를 강타하면서 바뀌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전날 언론을 통해 “한밤중 오바마 대통령이 전화를 직접 걸어 재난 지역 상황을 묻고 연방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는 등 대처가 너무 훌륭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 이같은 오마바 칭찬이 나온 것은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가 불과 6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크리스티 주지사는 이날 애틀랜틱시티 국제공항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대통령 전용기를 직접 맞았다. 서로 악수하며 격려하는 모습은 정치적 동지같은 모습으로 대중에 전달됐다.
항공기로 두 사람은 함께 재난지역을 둘러봤고 이후 나란히 연단에 서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두 달전 공화당 전당대회에 섰던 크리스티 주지사의 모습은 아니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크리스티 주지사가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다시 한번 알리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같은 모습에 정치 평론가들은 크리스티와 오바마의 이날 연출이 이번 대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은 정적이라 할 수 있는 공화당 크리스티 주지사 구역을 직접 돌며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의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다시 구축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허리케인 피해 복구 지원 지도력을 긍정적으로 보았다는 응답자는 70%가 넘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연방정부의 재난복구 지원을 최대한 받아야 하기 때문에 롬니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환대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크리스티가 자신의 당적을 넘나드는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보기도 한다.
유에스투데이는 31일 “크리스티 주지사가 허리케인 샌디에 대처하면서 보여준 모습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루디 줄리아니 시장이 보여준 리더십을 떠올리게 한다”고 호평했다.
롬니 캠프에서는 이같은 행보에 대해 “두 사람이 각자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만 논평했지만, 일부 보수 정치평론가들은 “크리스티 주지사가 오바마의 당선을 돕고 있다”며 그를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자천타천 2016년 공화당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크리스티 주지사가 이번 일로 점수를 딴 것은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