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최근 세계 각국은 수출규제는 줄이면서 수입규제는 대폭 늘리는 등 앞다퉈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자국 산업 회생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WTO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수출규제 조치가 내려진 건수는 2010년 10월 중순부터 2011년 4월 중순까지 30건, 2011년 5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34건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1년 10월 중순부터 2012년 5월 중순까지 19건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수입규제를 위한 조치 건수는 급격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무역구제 조치 건수는 66건, 63건에서 78건으로 증가했다. 국경조치 건수 역시 2011년 5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진 48건이었으나 2011년 10월 중순부터 2012년 5월 중순까진 72건으로 늘었다.
더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도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수출국과의 무역 마찰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재정위기 탈출이 시급한 유럽 역시 양적완화 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장 불만이 많은 중국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위안화 유동성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달러가치 하락으로 앉아서 재산을 까먹고 있는 셈이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지적재산권, 수입규제 등을 앞세운 미국과 유럽의 공세가 더해가고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다. 통상관계자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대응하기도 마땅치 않아 국제기구를 통한 공동 대응과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상당 기간 달러와 유로화의 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인 중국과 유럽 등으로 이어져 보호무역주의 강화 도미노 현상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각국의 무역이 동반 침체되면서 세계 경제 침체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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