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각종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식품업체들은 그동안 정부 물가안정 압박으로 인해 미뤄왔던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대선이 다가오면서 궁징에 몰렸다. 작년 하반기부터 골목상권과의 상생, 경제민주화 이슈가 부각되면서 칼날이 대형 유통업체들을 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와 판매수수료 인하 압박도 높아졌다.
국회에서는 현재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를 강화하는 유통법을 논의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영업제한 시간을 기존 자정부터 익일 오전 8시에서 영업을 금지하던 것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의무휴업일도 기존 2일에서 3일로 늘렸다. 일단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언제라도 다시 논의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게다가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 압박에 못이겨 판매수수료를 2차례나 내렸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백화점 3사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중소 납품업체에 대해 판매수수료를 1~2%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앞서 작년 10월에도 이들 업체들은 수수료를 3~7%포인트 수준으로 내린 바 있다.
이외에도 백화점·대형마트들은 시민단체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상태다.
이에 반해 식품업체들은 정치권 관심에서 멀어지자 너나 할 것 없이 가격을 단행하고 있다. 불과 1년 전 가격 인상을 발표한 지 8시간 만에 거둬들인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들어 해당 업체들은 제과·음료·주류 등에 대한 가격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두부·콩나물 가격도 인상, 밥상 물가도 오를 전망이다.
농심은 새우깡을 비롯해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100원 인상했다.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 역시 일부 제품 가격을 7% 가량 올렸다. 롯데제과도 카스타드 등 일부 제품 출고가를 최대 20% 올렸다.
CJ제일제당도 10년 만에 햇반 가격을 올렸다. 삼양·팔도 등 라면업체들도 제품을 최대 10% 인상했다. 하이트진로도 맥주 출고가를 6% 가깝게 인상했고, 롯데주류도 청주 출고가를 7% 남짓 올렸다. 유업체들도 모두 제품 가격을 환원했다.
최근에는 풀무원이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히며 서민 식탁물가 상승도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유통·식품업체 모두 소비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적인 이유로 희비가 엇갈리기 쉽다"며 "최근 골목상권과의 상생과 경제민주화가 부각되고 있어 당분간 백화점·대형마트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