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금융당국이 사실상 강제로 빼앗았던 금융사 텔레마케터(TMR)들의 '밥그릇'을 일주일여만에 돌려주기로 했다.
정확한 사전 조사와 검토 없이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13일부터 금융사의 텔레마케팅(TM) 신규영업을 순차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대면 영업 제한 관련 후속 조치를 4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앞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NH농협은행 카드사업본부) 등 3개 카드사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하자 지난달 27일 각 금융사에 전화, SMS, 이메일을 활용한 비대면 아웃바운드(적극형) 신규영업을 3월 말까지 중단토록 했다.
비대면 영업이 중단된 지 불과 일주일여만에 결정을 뒤집고, 관련 영업을 재개키로 한 것이다.
대부분 기본급이 없이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TMR들은 설 연휴를 제외한 5영업일간 신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국내 전체 금융사의 TMR 4만7000여명 중 아웃바운드 TMR은 3만3000여명(70%), 보험사 TMR 3만1000여명 중 아웃바운드 TMR은 2만6000여명(84%)에 달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아웃바운드 TMR 1명이 체결하는 신계약이 일일 최대 4~5건인데 영업 제한 조치로 계약을 단 1건도 체결하지 못했다”며 “TMR 개인과 회사 모두 손실이 막대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애초부터 이 같은 손실 규모에 대한 정확한 추산 없이 영업을 중단시키는 데에만 급급했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영업 제한 조치를 발표한 지난달 24일은 국민들의 불안이 급속히 확산됐던 시기”라며 “불안 심리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한시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치를 취하기 전 손실 규모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손실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금융당국은 애초부터 합법 정보 활용하는 것이 확인되면 영업 제한 조치를 풀어줄 계획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각계의 비난 여론 속에 TMR의 고용 불안과 소득 보전 문제가 부각되자 뒤늦게 결정을 뒤집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TMR을 볼모로 정보유출 사태를 수습하려 했던 금융당국이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조치를 철회해 정책적 판단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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