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엄춘보 회장은 한국철강업에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다.
엄 회장은 2007년에 경기도 양주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천문테마파크인 송암스페이스센터를 세웠다. 그는 “나이가 들어 인생을 돌아보니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에서 나 자신이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됐다”며, 일본 천문대를 보면서 최고의 우주 교육기관인 천문대를 설립하고 싶은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엄 회장이 천문대를 설립할 당시 이미 그는 80세를 넘은 시기였다.
천문대를 왜 건립하냐는 질문에 엄 회장은 “먼 옛날 세계를 제패하는 자는 징기스칸의 몽골 같은 육지전에 강한 나라였다. 그 후에는 스페인, 영국 같은 해전에 능한 나라가 세계의 강국이 되었고, 현재는 하늘을 지배하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주를 장악하는 나라가 세계에서 우뚝 서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천문우주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경제 규모보다 많이 뒤쳐져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천문우주에 관해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제대로 된 시설은 전무한 실정임을 절실히 느꼈던 엄 회장은 비록 회사 규모로 봤을 때 힘이 부치는 일일 수 있었지만 천문대 건설하겠다고 결심했다.
엄 회장은 송암 스페이스 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에서 “광활한 우주공간 속에서 나라는 존재, 인간으로서의 현주소를 자각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깨달아야 한다”며, “천문관측시설을 만들어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과학지식과 더불어 우주 속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게끔 해주고 싶다”는 글로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계명산 100만m²의 땅에 건립된 송암스페이스센터는 사설천문대로는 국내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연면적 1475㎡,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인 송암스페이스센터는 남산케이블카보다 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천문대에 도착한다. 스페이스센터 안에는 우주관련 영상 상영을 위한 플라네타리움과 우주관련 강의 및 교육을 위한 챌린저센터가 있다. 챌린저 센터는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참사 유가족들이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설립한 교육기관으로, 일종의 우주 비행 시뮬레이터 교육시설이다.
관측실에는 60cm급 반사망원경과 다양한 보조 망원경 7종을 설치되어 있다. 송암스페이스센터의 반사 망원경은 한국천문연구원 한인우 박사팀과 표준과학연구원이 제작한 것으로 일제 수입에만 의존하던 대형 망원경을 개발한 순수 국산 기술로 상용화된 대형 천체망원경 1호로, 우리나라 천문기술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조국과 아이들을 사랑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설립했던 송암스페이스센터의 곳곳에 엄 회장의 숨결이 깃들여 있다.
한일철강 관계자는 “철강업을 통해 한국경제의 발전에 기여한 명예회장은 별을 사랑하는 마음을 안고 우주로의 긴 여정을 출발했다”며, “명예회장의 경영관은 한일청강에 영원히 남아 살아 숨쉴 것”이라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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