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맹비난해온 민주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문제를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해서다.
김 대표는 27일 안 의원과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를 위해 전격 회동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한 달여 만에 만났지만, 각자의 의견만 전달했을 뿐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안 의원이 “민주당도 고민이 많으실 텐데 현명한 결단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뼈있는 말을 건네자 김 대표는 “참고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회동은 안 의원의 주로 말하고 김 대표는 듣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회동을 마치고 나온 김 대표와 안 의원의 방점에는 미묘한 차이가 감지됐다.
당 대표실을 먼저 나온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주장한 대로 기초공천 폐지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다. ‘이것은 약속의 문제다. 대의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민주당이 검토해보겠다는 말을 했으니까)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뒤이어 나온 김 대표는 안 의원과의 회동에서 “박 대통령이 정당공천제 폐지 약속 파기에 일언반구도 없는 것에 분개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와 안 의원 측은 향후 회동 일정도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 새정치연합의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다급한 쪽은 민주당이다. 앞서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정당공천 폐지 공약을 파기하자 전당원 투표를 통해 폐지당론을 결정했다. ‘공약 이행 대(對) 공약 파기’ 프레임을 통해 지지층 규합에 나서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24일 안 의원이 특유의 타이밍 정치를 통해 무공천을 전격 선언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상향식 공천을 앞세워 정면 돌파한 새누리당과 무공천을 승부수로 띄운 안 의원 사이에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이 됐다.
고심에 들어간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1∼2일 시간을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영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김 대표 결단 이후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며 “현재로선 50대 50이다. 진짜 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선 ‘공천제 유지’에 무게가 쏠린다. 지방의회가 ‘여소야대’인 국면에서 공천제를 유지하는 게 민주당 측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핵심 당원 3만명 정도가 집단 탈당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어 김 대표는 명분론보다는 현실론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2월 안으로 공천제 폐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시간벌기에 나선 것이나, 안 의원의 회동 제안을 선뜻 수락한 것도 결국 공천 유지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현역 단체장이 많은 민주당으로선 공천제를 유지하는 게 새정치연합과의 야권연대 주도권 다툼에서 우위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에 전환을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이 지점이 민주당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