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040원선 붕괴 한달여 만에 1030원선마저 뚫렸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쌓인 달러가 시장에 매물로 쏟아진 데다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8원 내린 102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8년 8월7일(1016.5원)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저수준이다.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 물은 1027.60원에 최종 호가됐다. 역외 환율이 반영되면서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3.3원 하락한 1027원에 출발했다. 이후 낙폭을 키우면서 1020원선 초반으로 장을 마감했다.
외환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은 없었다. 오전 환율 흐름만 놓고 보면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동향을 통해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이어서 위급한 사안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외환당국의 개입경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전환 등으로 1020원선에서 머물 것이라는 설명이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뚜렷한 반등 모멘텀이 없는 탓에 하락세는 이어지겠지만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1020원선에서 하락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1020원선에서 지지하겠지만 이번주에서 다음주까지 대외적으로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연설, 유럽 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 등이 예정돼 있는 만큼 옐런 의장 발언과 유로화강세에 따른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각종 변수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지형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환율이 1020원 초반까지 뚝 떨어졌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며 "상반기에 1000원대까지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수출업체들은 환율이 적정선보다 떨어지면 채산성이 낮아져 이익이 줄어든다.
국내 생산분의 75∼80%를 수출하는 현대·기아자동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2000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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