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전 세계에서 장어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일본장어’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해 일본에서 논란이 뜨겁다. ‘장어 소비대국 일본’이 장어를 모두 잡아먹게 될 날이 올 것인가.
일본에서 장어덮밥은 인기 메뉴 중 하나로 7월29일은 ‘도요노우시의 날’이라고 해서 장어를 먹는 날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이러한 장어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에서는 장어덮밥 체인점도 여러 곳 있다.
장어덮밥 체인점은 평균적으로 한 그릇 700엔~1000엔 정도로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찾는 고객은 많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 수도권의 소매점에서 장어 한 마리가 1000엔 정도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격 하락의 원인은 중국산 장어가 많아졌다는 것과 장어의 치어 ‘실뱀장어’의 어획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 장어 시장의 성황은 곧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인이 찾는 장어가 멸종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장어의 생태는 아직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을 정도로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다. 보통 장어는 산란기가 되면 북서 태평양 마리아나 제도 인근으로 내려가 거기서 태어난 치어들이 다시 강으로 올라온다. 이렇게 민물과 바닷물을 왕래하는데 민물로 올라 온 치어를 잡고 양식에 들어간다. 즉 치어들의 어획량에 따라 장어의 가격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0년부터 치어의 양이 현저히 줄기 시작해 2012년에는 장어 값이 폭등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일본 환경부는 2013년 2월에 장어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했으나 관계자들은 “이미 늦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또 장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해수 온도가 상승해 산란 장소가 북상했다”면서 환경적 요인을 지목하면서도 “일본인의 무분별한 치어 포획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장어 소비량의 70%를 일본이 차지한다. 유럽과 중국에서도 장어를 먹지만 일본처럼 장어만을 한정적으로 판매하는 체인점이 존재하는 곳은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2년 12월에서 2013년 5월까지 일본에서 장어의 치어 어획량은 13톤이었으나 60~70%가 홍콩에서 수입됐다. 일본 수산청은 “홍콩에서 장어의 치어는 잡히지 않는다”면서 “중국과 대만에서 포획된 치어가 홍콩을 경유해 일본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중국과 대만이 장어의 치어 수출을 금지시켰기 때문에 규제가 없는 홍콩을 통해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투명한 치어의 거래로 인해 일시적으로 양식장에 들어갈 치어의 양이 4배 증가했다. 이것이 최근 보이고 있는 장어 가격의 하락 요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난 6월12일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일본장어를 멸종위기 리스트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2년 후에는 워싱턴조약으로 인해 수입금지조치가 내려질 수 있고 수입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신문은 이러한 움직임을 '전 세계 장어를 모두 잡아 먹으려하는 일본에 대한 경고'라고 전하면서 앞으로 장어는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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