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SPA(제조·유통 일괄의류) 브랜드들이 잇따라 '빅 세일'을 외치며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유니클로·자라 등 글로벌 업체들이 최대 50% 할인 등 폭탄세일을 선언하자 에잇세컨즈·탑텐 등 후발 주자들도 세일전쟁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상반기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내실없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자라·H&M·에잇세컨즈·탑텐 등 주요 SPA브랜드들은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상반기 제품을 대폭 할인하는 '빅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SPA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한데다 경기 부진으로 성장률이 예전만 못하자 손님몰이에 적극 나선 것이다.
유니클로는 지난달부터 여름철 대표 품목인 폴로셔츠와 에어리즘 속옷, UT 티셔츠 등을 최대 1만원 할인 판매하고 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일부 인기 제품은 세일 시작과 동시에 주요 사이즈가 품절됐다"며 "지난해 학습효과 때문인지 세일 첫날부터 고객이 몰려 피팅룸 대기 시간도 1시간 걸렸다"고 전했다.
자라와 H&M도 지난달부터 품목별 최대 60%까지 할인 판매하고 있다. 재고가 떨어질때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봄·여름 인기상품을 품목별로 50~60% 할인한다. 세일 첫날부터 수요가 몰리면서 매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에잇세컨즈는 이달 말까지 진행하는 수퍼 세일로 맞불을 놨다. 40일 가량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 티셔츠·핫팬츠·수영복· 액세서리 등 전제품을 최대 40% 할인한다. 세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기 위해 시기별 할인율을 달리해 세 단계로 나눠 진행되는 점도 특징이다.
신성통상 SPA브랜드 탑텐도 최근 여름 의류를 최대 60%할인하는 행사에 돌입했다. 미쏘와 스파오 등도 지난달부터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셔츠·원피스·바지 등을 반값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저가 의류의 대명사인 SPA 브랜드들의 세일이 잇따르는 이유는 시장이 포과 상태에서 도달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월호 침몰 영향으로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4~5월 매출이 꺾이면서 재고 떨이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PA는 이미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옷인데 여기에 다시 세일을 적용하니 손해보고 파는 셈"이라며 "세일을 통해 판매량을 늘린다고 해도 이익이 많이 남는 편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성장해온 SPA브랜드들이 세일을 거듭하자 소비자들은 이들의 가격정책에 의구심을 갖는다"며 "원브랜드숍 화장품이 잦은 세일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가격 불신을 초래하고 정가구매 고객을 이탈하게 한 사례를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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