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지난 4월부터 민생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경기침체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4월 16일 이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 없이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최경환 부총리 후보자 임명이 지연되면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지각 출발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벌써부터 2기 경제팀이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과 부동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등을 놓고 최경환 부총리 후보자의 취임 전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15일 정부와 경제전문가 등에 따르면 경제정책 공백이 4개월째 이어지면서 하반기 경제 운용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최근 4개월간 열린 8차례의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올해 초 수립한 정책 점검 수준에 그쳤다. 이마저도 형식적인 절차로 일관해 공수표만 남발했다는 지적이다.
관광·교육·소프트웨어 서비스 활성화 정책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안건에 포함됐지만 실제로 시장에 반영되지 못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지난 2012년 10월부터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대한항공 7성급 호텔 건설 등 대규모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4개월 동안 정부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기보다는 국민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주요 현안사업이 하반기로 밀리고 지연된 부분은 세월호 이후 지방선거, 개각 등으로 발표 시점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1기 경제팀의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2기 경제팀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특히 7월도 이미 보름을 넘긴 상황에서 민생 정책의 단기적 실효성을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과 부동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방안은 최경환 부총리 후보자의 취임 전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방침에 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최경환 부총리 후보자가 ‘실세형’이지만 다소 과장된 정책이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LTV 완화 역시 부동산 시장에서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사안이다. 2기 경제팀이 좀 더 신중하고 면밀하게 분석해 결정해야 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규제완화’에 집착하는 모양새가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것이라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경 등 단기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전반적인 경제정책 자체가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지난 4개월간 정책공백이 2기 경제팀에게 상당한 부담을 쥐어준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또 “2기 경제팀이 의욕적으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과 LTV 완화만 보더라도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며 “문제는 이들 정책이 정상적으로 연착륙 할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이들 정책이 왜 그동안 실패했는지 원인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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