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7·30 국회의원 보궐선거 전남 순천 곡성에서 '영남=새누리당, 호남=새정치민주연합' 등식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상대 진영의 '텃밭'에 뛰어든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기세가 예상외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앞서가는 양상이다.
순천KBS와 여수MBC가 지난 20, 21일 지역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결과, 이 후보가 38.4%로 33.7%를 얻은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를 4.7%포인트 차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지난 20일 이전까지 조사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꾸준히 상승세를 타는 등 서 후보와 접전을 펼치며 혼전 중이다.
호남의 경우 역대 선거에서 여당 후보 지지율이 10%안팎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큰 이변이 아닐 수 없다.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순천곡성에서 9.1% 득표율에 그쳤고, 지난 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 정채하 후보는 3%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을 기록했을 뿐이다.
지난 88년 소선구제가 도입된 이후 이 지역에서는 기초 지역구의원은 물론 단 한번도 새누리당 후보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평가다.
유권자들은 이 후보가 지난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현안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최선을 다했던 진정성을 믿고 있다.
1년 6개월이라는 재·보선 특성도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지만 한번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 않겠냐는 공감대가 지역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구도 타파라는 정치적 명분도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40.3%라는 득표율을 얻었고, 경남 김해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김맹곤 시장이 48.52%를 얻어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콘크리트처럼 공고한 지역주의가 영남에서는 바뀌고 있는데 호남도 마음을 열어 새정치민주연합 독점 구도를 깨트리면서 지역주의 타파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이 안방을 내줬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역에서는 비판 대상으로 생각해 오던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파동 등의 행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분위기도 상당하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이정현 후보의 당선이 이뤄진다면 그동안 각종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호남 고립' 현상에서 벗어나 영남에서도 야당의원이 당선되는 국민대통합과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첫발'을 내딛는 것이자 대변혁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막상 투표소에 '바꿔야지'하고 들어갔다가 습관적으로 '2번' 찍고 나오는 지역 정서가 가장 큰 변수다. 실제 순천KBS와 여수MBC가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의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서 후보가 40.8%로 나타나 26.4%를 얻은 이 후보를 따돌렸다.
이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지도부와 거물급 인사들을 '안방'인 순천·곡성에 매일 투입, 이정현 바람 차단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결국 선거혁명 여부는 투표함을 개봉해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어서 이번 순천.곡성 보선이 지역구도 타파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