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기업의 인수·합병(M&A) 거래량이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중국의 국경을 넘어선 M&A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M&A 공룡 중국의 이 같은 ‘공격적 식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기업에 대한 중국기업의 투자 또한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리샤오양(李曉陽) 장강상학원(CKGSB) 경제학 및 재무학 조교수와 리칸(李侃) 롱캐피탈앤파트너스 매니징파트너(MP)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M&A 전망과 한국에 대한 영향력에 관해 이 같은 견해를 내놨다.
리 교수는 “중국 기업의 해외 M&A 열풍은 2005년 이후 부터 그 숫자와 규모면에서 모두 커지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실적만 보더라도 올해도 가볍게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에너지 기업을 대거 인수하며 ‘자원블랙홀’로 불렸던 중국 기업의 식성이 IT·제조·금융·소비· 헬스케어 등으로 다양화되고, 투자여력이 커진 민간기업들의 투자 욕구가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맞물리면서 국경간 M&A 확대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중에서도 뛰어난 기술과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M&A가 증가할 것이며 특히, IT 및 소비자 브랜드 기업이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 기업간 M&A가 활성화되면 다소 성장세가 둔화된 중국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한국도 더 많은 투자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기업의 중국투자와 관련해 리 매니징파트너는 자동차·엔터테인먼트 등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특히 중국 정부의 간섭과 규제가 많아 중국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개방정책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을 통해 중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및 외국기업 유치를 권장하고 있으나, 일부 산업에 대한 개방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아 해외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이 크게 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개방개혁정책과 함께 점차적으로 규제가 완화될 수 있는 만큼 해외기업의 중국시장 진출 및 M&A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리 매니징파트너는 “중국은 인내심이 필요한 시장”이라면서 “몇 년 내 큰 수익을 거두기 위한 목적으로 진출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과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한국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매우 환영하고 있어 시장 입지와 브랜드 인지도를 높혀가며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면 많은 기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한국 유행과 한류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투자 분야를 잘 선정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M&A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의 문화, 정책, 사람과 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이라면서 중국기업의 글로벌 M&A와 관련한 대표적 성공 및 실패 사례를 예로 제시했다.
리 교수는 2005년 미국 컴퓨터 업체 IBM의 PC 사업부문에 이어 올해 저가 서버부문을 인수한 중국 최대 PC 제조업체 레노보 그룹과 2011년 유럽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 폴리폴리 그룹을 인수한 푸싱그룹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았다. 그 나라 문화와 정책에 익숙한 현지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팀을 통한 경영전략은 이들 그룹의 가장 큰 성공 요인 중 하나로,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고 시장 적응력을 빠르게 높여갔다고 설명했다.
또 대만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벤큐(BENQ·明基)의 지멘스(Simens) 휴대폰 사업 인수건을 대표적 실패 사례로 소개하며 사업 전략과 까다로운 유럽의 노동법에 대한 이해 부족, 문화적 차이가 이들 기업 인수를 실패로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중국기업의 투자 공습과 함께 급속한 차이나머니 유입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국내에서 높아지고 있다는 질문에 리 매니징파트너는 과거 일본의 대규모 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됐을 당시에도 ‘바이 아메리카’에 따른 일본 자본과 문화의 침투, 미국 기술력의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중국 또한 과거 해외자본의 유입에 따른 부동산 가격 거품 등을 우려한 적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회사관리, 기업문화를 비롯해 다른 국가가 모방할 수 없는 최고 기술의 산업 영역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차이나머니의 유입이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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