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싸움이 부른 살인
시흥경찰서 수사본부는 8일 오후 3시30분께 경찰서 5층에서 브리핑을 갖고 "금전 갈등에 의한 부부싸움에서 비롯된 살인사건"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김하일(47·중국 국적)씨는 지난 1일 오전 11시께 시흥시 정왕동 주거지에서 아내인 한모(42·여·중국동포)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한씨를 목졸라 살해한 뒤 이튿날 밤 집안 화장실에서 시신을 훼손, 시화방조제 등 4곳에 유기했다.
훼손한 사체는 자신이 평소 출퇴근용으로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이용해 순차적으로 유기했다.
범행 당일 한씨는 김씨에게 '중국 길림성에 집을 하나 장만하자'며 그동안 모은 돈을 중국으로 송금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돈을 보낼 수 없었던 김씨는 망치로 한씨 머리를 내려친 뒤 목을 졸랐다.
한씨의 사인은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확인됐다.
이어 다음날 오전 10시께 시신을 원룸 화장실에서 무참히 훼손해 종량제 쓰레기봉투 등에 담은 뒤 오후 6시 30분께까지 두 차례에 걸쳐 시화방조제 입구 등에 몸통과 머리·손·발을 각각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애초 김씨는 한씨의 몸통을 방조제 시작부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 공사장 인근에 버렸으나 시신 몸통이 물살에 휩쓸려 오이선착장까지 떠내려 간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머리·손·발 등이 담긴 봉지는 경찰에 발견된 대부도 방향 방조제 시작부에 김씨가 직접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서 김씨는 "야근하고 집에 와 씻고 자려고 했는데 아내가 계속 자신의 계좌로 돈을 부치라고 해서 홧김에 살해했다"며 "아내 계좌에 돈을 모아서 어머니와 아들(19세)이 살고 있는 중국 길림성에 집을 사자고 아내와 약속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시신 훼손 이유에 대해서는 "범행사실을 감추기 위해 그랬다"며 "당시 비가 와서 방조제 근처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 시민제보로 토막시신 발견
지난 5일 오전 0시께 시흥시 정왕동 시화방조제 오이선착장(대부도 방면 방조제 시작부에서 3.1㎞지점) 부근 시화호 방향 물가에서 예리한 흉기에 의해 머리와 팔, 다리가 분리된 토막시신이 발견됐다.
이어 시민제보를 통해 6일 오후 10시 10분께 시신의 머리 부위를 추가로 발견했고 7일 오전 수색 중 시신의 양쪽 손과 발이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시신의 머리는 대부도 방면 방조제 시작부 100m지점 바다방향 바위틈에서, 양손과 발은 이곳에서 대부도 방향으로 70m가량 떨어진 곳에서 각각 발견됐다.
이곳은 시신의 몸통이 발견된 곳에서 오이도 방향으로 3㎞가량 떨어진 곳이다.
경찰은 시신 손에서 채취한 지문을 이용 출입국 기록을 조회한 결과 한씨 신원을 확인, 주변인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한씨 신원을 확인한 직후부터 김씨를 용의선상에 놓고 미행 하던 중 8일 오전 7시20분께 김씨가 사체 일부를 담은 가방을 조카의 주거지 옥상에 유기하는 것을 확인했다.
가방 안에는 시신의 양쪽 팔과 다리가 담겨져 있었다.
사체가 한씨의 것임을 확인한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0시20분께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에서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체포 1시간여 후 쯤 수사본부가 차려진 시흥경찰서로 압송된 김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다투다가 욱하는 마음에 그랬다. 집사람에게 죽을죄를 지었다"고 말했다.
1996년 한씨와 결혼한 김씨는 2009년 입국해 시화공단 내 공장에서 취직해 생활해왔다.
경찰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근거로 흉악범죄 피의자인 김씨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으며 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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