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진단도 같았다. 경제 성장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서도 유 원내대표와 원내 대표는 일정부분 공감대를 보였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인식에서 복지의 확대와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으며 세월호 인양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와 문 대표는 서로가 제시한 경제 성장의 방법과 개혁의 방향 등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고, 공무원연금개혁과 대북 안보문제에 대해서 보수와 진보로 입장이 갈렸다.
‘경제 성장’ 화두에 대한 간절함은 야당이 더 했다. 문재인 대표는 9일 ‘대한민국 경제 크게 보고, 크게 바꿔야 합니다’란 제목의 교섭단체 연설문을 통해 ‘경제’라는 단어를 99번이나 언급했다. 연설문 제목까지 포함하면 무려 100번이다. 다음으로 ‘소득’이 56번, ‘성장’이란 단어도 43번 언급하며 비중 있게 다뤄졌다.
특히 문 대표는 공정한 경제를 추구하는 ‘새경제(New Economy)’로 대전환을 촉구했다. ‘새경제’는 이날 문 대표가 처음 언급한 표현이다. 그는 모두가 원하는 풍요롭고 정의로운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성장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정한 경제 △소득주도 성장 △사람 중심의 경제를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유 원내대표는 ‘경제(44번)’ 보다 ‘성장(57번)’이라는 단어를 더 언급하며, 문 대표의 경제 성장론에 인식을 같이 했다. 다만 문 대표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유 원내대표는 ‘앞으로 100년간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경제 성장”이라며 “장기적 시야에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소득’을 56번 언급했지만 유 원내대표가 9번만 언급한 점이 분명한 차이를 말해준다.
◆劉 ‘복지’ 언급 46번, 文보다 많아
유 원내대표는 ‘복지’를 46번이나 언급하며 문 대표가 8번만 언급한 것에 비해 월등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 연설을 통해 “성장과 복지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재벌 위주의 성장과는 다른 방식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문 대표는 역시 복지 확대를 강조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동시에 강력한 성장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는 공짜, 낭비라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에 투자하면 생활비는 내려가고 삶의 질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문제에 대해서도 유 원내대표와 문 대표의 생각은 비슷했다. 문 대표는 “세월호에 사람이 있다. 비용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라며 조속한 세월호 인양을 주장했다.
다만 유 원내대표는 “기술적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그 결과 인양이 가능하다면 세월호는 온전하게 인양해야 한다”면서 선체 인양의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공무원연금개혁·대북 안보문제, 입장차 뚜렷
두 사람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했지만, 시기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고 의견제시의 기회를 드리기 위해 국민대타협기구와 같은 노력을 해왔지만, 이해당사자에게 최종결정 권한까지 드릴 수는 없다”면서 문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반면 문 대표는 “대타협기구의 틀 속에서 공무원들까지 동의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시한을 정해 밀어붙이려 한다면 사회적 대타협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대북 문제에 대해선 보수와 진보로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유 원내대표는 “지금까지의 북한은 이성적인 대북정책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면서 “문제의 핵심에는 북한의 핵미사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논란이 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언급하며 북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문 대표는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힘으로만 지키는 안보는 지속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남북경제공동체와 북방경제는 한반도 경제의 출구일 뿐만 아니라 정체된 한국 경제의 꿈과 희망이기도 하다”며 남북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5.24조치의 유연한 적용으로 남북관계를 열어나가야 한다”며 5.24조치 해제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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