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올 들어 원화 절상이 세계 주요국 통화 중 제일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 엔화에 비해서는 5배나 빠르게 올랐다.
3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올 들어 이달 29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2.8% 절상됐다.
지난해 12월 30일 달러당 1099.3원(종가 기준)이던 환율이 1068.6원(4월 29일)으로 넉 달 만에 31.2원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절상률은 주요 32개국 통화 가운데 대만달러(3.9%), 스위스프랑(3.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이다.
일본 엔화는 달러당 119.46엔에서 118.85엔으로 0.5% 절상됐다.
달러화를 기준으로 한 원화 가치 상승 속도가 엔화보다 5배나 빠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연초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대부분 국가의 통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양적완화에 나선 유로화 가치는 9.8%, 브라질 헤알화는 9.6% 절하됐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가 '나홀로 강세'를 보인 데에는 엔저(円低)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연간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주식시장에 밀려들어 오는 외국인 자금도 원화 가치를 끌어올렸다.
원화 절상 흐름은 최근 들어 한층 급격해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13일 달러당 1131.5원(종가 기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한 달 반 만에 63원 가까이 하락했다. 이 기간에 원화 가치는 5.9% 절상됐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여파로 일본 엔화 가치는 같은 기간에 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원화 강세 속도가 엔화를 훌쩍 뛰어넘은 영향으로 원·엔 환율은 7년 2개월 만에 100엔당 800원대에 진입했다.
29일 오후 3시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9.19원이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수출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 자동차, 선박, 석유 등 경제 전반을 떠받쳐온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들은 엔화·유로화 등 수출 경합국 통화 대비 원화가 절상 흐름을 보이고 중국 등 주요 수출국의 경기 회복이 늦어져 수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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