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발병 30일, 환난에 경제가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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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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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영일·조현미·기수정·안선영·한지연·이소연 기자 = 대한민국 경제가 멈춰섰다. 지난달 20일 메르스가 처음 등장한 지 한달 만이다. 특히 산업, 유통, 관광 분야는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메르스로 인한 소비 감소 여파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보다 더 심하다고 입을 모은다.

메르스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곳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14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3%나 하락했다. 신세계백화점도 1~16일 매출이 8.0%나 빠졌다.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 현상도 뚜렷했다. 이마트에서는 같은 기간 매출이 8.8% 줄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에서도 각각 6.1%와 8.1% 하락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증가로 호황을 누렸던 관광, 항공, 패션·화장품 업계의 한숨은 더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업계도 고객이 급감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공항 면세점의 경우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2003년 중국을 강타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이후 12년 만에 매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롯데가 운영하는 공항면세점의 지난 8~14일 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나 하락했다. 시내 면세점 역시 30%나 줄었다. 평소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해왔던 매출이 이달 첫째 주(1~7일) 한 자릿수인 5% 성장에 그쳤다.  

관광업계도 한국 방문을 취소한 누적 인원이 1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세월호 사태 당시 피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여행업계 타격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모두투어의 7월 예약률은 약 26% 감소했다. 모두투어의 경우 세월호 사건 이후인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평균 5.2% 예약 취소율을 보인 바 있다. 

패션·화장품 업계는 주요상권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분위기가 가라 앉았다. 명동에 5개, 동대문에 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 미샤는 6월 첫째주부터 방문객 수가 절반으로 크게 줄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다른 매장 매출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명동과 동대문 매장 방문객 수가 줄었다고 해도 전체 매출액에는 큰 영향이 없다"면서도 "메르스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 제품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도 6월 첫째주 명동과 동대문에 운영 중인 9개 매장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가량 감소했다. 

항공업계도 최대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근심이 가득하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국제선 7만6296명, 국내선 1만3364명 등 총 8만9660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특히 국제선 예약 취소 건 가운데 해외 출발이 83%에 달해 한국행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단순히 여행심리가 주춤한 반면, 메르스는 전염병으로 밀폐된 공간인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위협적으로 느껴 여행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제약 업계도 전전긍긍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최근 40여개 병의원을 상대로 환자감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곳 모두 손님이 20%이상 줄었다. 특히 메르스 확진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강릉의료원의 경우 입원환자는 50%, 외래환자는 70%, 응급실은 100% 감소했다.

병원 엑소더스(탈출)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메르스와 무관한 피부과, 성형외과 등을 찾는 사람들도 큰 폭으로 줄었다. 중국 관광객이 70% 이상인 압구정의 A성형외과는 메르스 발병이후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50~60% 떨어졌다.

이 병원 관계자는 "전염병에 민감한 중국인 손님은 아예 끊겼고, 여름방학을 앞둔 학생들과 여성고객들도 예약취소률이 높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이달부터 처방의약품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메르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환자의 병원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어서다.

A대형제약사 관계자는 "환자가 줄면 병원의 의약품 처방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며 "이번 달부터 '환자 수 감소로 인한 매출 부진'이라는 악순환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향후 예상되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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