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국영 은행이 세계 최초로 대규모 4개국 통화 표시 채권 발행에 나선다. 초대형 국책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본격 시행 궤도에 올려줄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은행(BOC)이 미국 달러화, 유로화, 싱가포르 달러화, 위안화 등 4가지 통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각 통화별 채권 발행 규모는 글로벌본드의 벤치마크 사이즈인 5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행은 이를 통해 최소 30억 달러(약 3조33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이 채권은 빠르면 24일(중국 현지시간) 발행될 전망이다.
바클레이스 은행, 시티은행, 싱가포르개발은행(DBS), HSBC 등이 중국은행과 함께 채권 발행 주관사로 참여한다. 또 다른 은행들은 공식투자자 모집책인 북러너(Bookrunner)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딜로직(Dealogic)은 "앞서 다른 기업들이 4개 통화의 채권을 발행한 적은 있었으나 한 기업이 이처럼 큰 규모의 단일 채권발행을 한 적은 없었다"고 평했다. 이어 "중국은행이 중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국영 은행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지도가 높다는 점에서 많은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이 몰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채권발행은 중국은행이 올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위해 대출자금을 200억 달러 확대하겠다고 밝힌 후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채권 발행 안내서에는 이번 채권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이 '일반적인 공동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보편적 문구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FT는 이번 자금이 타이베이, 홍콩, 싱가포르, 아부다비, 헝가리 등 중국은행의 글로벌 분항에 보관될 예정이며, 이는 자금의 용도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쓰여질 것이라는 명확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3년 과거 당나라시대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는 도로, 철도, 항만, 통신 네트워크와 다양한 인프라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유럽과 중국 경제를 연결하는 계획으로, 여기에 투입되는 자금은 천문학적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총 11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500억 달러, 실크로드 기금에서 400억 달러,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 대한 대출 200억 달러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앞서 지난 4월 국무원은 중국개발은행, 중국수출입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3개 국유은행에 대한 개혁방안을 승인하고 국유은행들에게 정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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