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역사적인 이란 핵협상 타결을 기뻐하는 시민들로 14일(현지시간) 테헤란 거리는 북적였다. 곳곳에서 외교전의 거국적 승리를 축하하는 차량의 경적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스파한에 거주하는 바하르 고르바니(36)씨는 "이란이 국제사회와 친구가 될 수 있는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면서 "핵협상 최대 성과는 전쟁과 폭력에 맞선 대화의 승리"라고 평했다.
미국으로 이민을 계획하던 지티(42)씨는 "이란핵협상 타결로 경제가 크게 좋아질 것이다. 이란을 떠날까 고민했었지만 이제는 여기서 상황이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란 핵협상 타결로 36년만에 국제무대 진출 티켓을 따낸 이란 국민들은 경제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이같이 표현했다.
◇ 중동의 '제로섬' 서막...패권다툼 예고
이란 핵협상 타결은 미래 중동의 제로섬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 중인 이란과 달리 중동 내 영향력 확대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반(反) 이란 진영 국가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핵협상 타결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 '게이트'가 열리면서, 중동은 물론 자국의 안보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 핵협상 타결안에 포함된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 신설 15년간 중단' 규정이 이란의 핵무장을 허용하는 조건부 규제라는 이유에서다.
사우디 또한 이란의 경제력 확대에 따른 핵개발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란이 핵보유 능력을 갖게 되면 중동 내 힘의 균형이 수니파 맹주 사우디에서 시아파가 이끄는 이란으로 전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영국 가디언은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립구도가 심화되고, 이스라엘은 이란을 겨냥해 핵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BBC는 "핵협상 타결에 따라 이란 경제가 강화되면서 이란의 대리 무장세력들에 더 많은 자금과 무기가 제공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이 더 많은 자금과 무기를 손에 넣게 되는 것은 중동의 대치 국면 심화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 '미국'도 양분...백악관과 의회 힘겨루기
10여년 이상 해법이 보이지 않던 이란과의 갈등 매듭을 풀어낸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이란 핵협상 타결에 어느 누구보다 반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오바마 행정부는 핵협상 타결안에 대한 의회 승인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미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물론 집권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핵협상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며 백악관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의회의 이란 핵합의문 검토기간은 60일로, 만약 미 의회가 합의문을 거부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미 의회 재의결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해 상황이 복잡해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협상 타결 이후 백악관에서 대국민 성명을 열고 "이번 협상의 성공적인 이행을 방해하는 모든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의 반대를 이겨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 '역사적 순간' vs '역사적 실수'
핵협상 당사국과 국제사회는 '역사적 순간'이라는 말로 이란핵협상 타결에 대한 환영의 뜻을 전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채택을 환영하고, 오늘 세계는 큰 안도의 숨을 쉬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핵협상 타결 후 "오늘 마침표를 찍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이란 핵협상 타결이 한반도 핵문제를 포함한 다른 국제적·지역적 핫이슈를 처리하는데 강력한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번 협상 결과에서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역사적 실수'라는 말과 함께 "이란이 핵무기로 향하는 길을 인정받게 됐다"며 "이란의 핵무기 취득을 막을 수 있었던 제재가 해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관계자는 "이번 협상 타결이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저지한 것이라면 오늘은 '행복한 날'이지만, 주요 6개국이 이란에 양보했다면 이는 중동 지역을 더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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