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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한 팬이 “오빠 얼굴에 김 묻었어요. 잘생김”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을 정도로 잘 생긴 외모도 그렇지만 180㎝의 큰 키에 68㎏의 몸무게. 이정재 특유의 목소리 역시 배우로서 매력적인 포인트 중 하나다. 때론 강렬하게(영화 ‘관상’에서), 어쩔 때는 가볍게(영화 ‘빅매치’에서), 또는 묵직하게(영화 ‘하녀’에서) 연기하는 그가 ‘팔색조’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중 한 명이라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60대 노인 연기에도 도전했다. 이정재는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제작 케이퍼필름)에서 임시정부 김구(김홍파) 선생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경무국 대장 염석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암살’이 1933년부터 1949년을 배경으로 한다. 1933년 때 염석진은 40대였고 1949년에는 60대였다. 과거 회상신까지 포함하면 훨씬 젊은 시절부터 연기했다. 특수분장까지 소화하며 메소드 연기를 펼친 이정재는 16일 오후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
“처음에 최동훈 감독님이 ‘좋은 역할’이라면서 권하시더라고요. 어떤 배우에게 맡길까 고민도 하셨겠죠. 저를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하고 정말 고맙죠. 염석진처럼 한 작품에서 다양한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많지는 않으니까요. 20대부터 60대까지 등장하는 캐릭터는 배우 입장에서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역할이죠. 특히 60대 이후로는 많이 힘들긴 했어요. 60대 염석진의 내면을 연기하는 장면은 정말 중요했거든요. 확신에 찬 자신감 넘치는 염석진을 관객들이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납득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조용조용 설득을 할까? 포효를 할까? 아님 그 중간으로 갈까? 고민의 연속이었죠. 노인 분장을 위해 살도 빼고 근육도 줄여야 했어요. 지르는 연기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데, 몇 번의 테이크를 가면 에너지가 쭉쭉 빠지거든요. 저도 만족할만한 영상이 나와야하니까요. 당시 63㎏을 유지했습니다. 염석진이란 캐릭터가 ‘진짜’처럼 보여야하니까 살을 빼고 어깨 승모근부터 발까지 근육을 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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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감독님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도둑들’ 때도 그랬는데 잠을 잘 못자더라고요. 2~3시간 정도 자는가 봐요. 그 정도로 몰입을 한다는 것이죠. 제가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감독님도 촬영 준비와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잠을 잘 못잡니다. 옆에서 본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체력이 좋아야 집중력도 생기는 것인데 후반작업까지 정말 힘들어 할 모습을 보면 안타깝죠. 그만큼 감독님과 스태프들, 배우들은 관객들이 재미있어할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흥행이 중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어요. 이 프로젝트를 위해 2년간 고생했을 스태프들과 연기자들, 투자자들 모두가 ‘암살’이 의미 있는 작품이 되길 자라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라는 것은 한마음이죠. 평소 우리가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독립군의 이야기를 담은 의미 있는 영화가,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신념으로 임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좋은 평을 받길 바라죠.”
칭찬도 이어졌다. 이정재는 “최동훈 감독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다보니 작가이기도 하다”면서 “영감이 정확하게 와야지 이야기의 틀이 생기는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최동훈 감독은 싱어송라이터와 같은 연출자라는 생각이 든다. 시나리오만 봤을 때 소설가인가 싶을 정도로 구성이 탄탄하다”고 극찬했다.
‘암살’은 이정재에게 어떤 작품일까?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영화라고 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화라 의미가 깊다고 했다. 염석진뿐만 아니라 하와이 피스톨도, 안옥윤도, 속사포도, 모든 캐릭터들이 지금을 사는 우리의 한 얼굴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 케이블에서 광복절을 기념해 방송을 한다면 보면서 아주 찐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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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런 스토리를 접했을 때 울컥하는, 피가 솟구치는 감정이 있을 것 같아요. 최동훈 감독님은 그런 부분을 쥐어짜듯 연출한 게 아니라 아주 쿨하게 ‘탁’ 치고 넘어가듯 연출을 했죠. 극장에서 울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런 눈물은 영화관을 나오면서 닦아내버릴 수도 있거든요. ‘암살’은 집으로 가는 길에 생각이 날만한 작품이죠. 나는 안옥윤이나, 속사포, 염석진, 하와이 피스톨처럼 살 수 있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만한 영화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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