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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글로벌뉴스본부장
중국 정부는 30여년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하던 끝에 지난 2013년 말 ‘단독이해(單獨二孩)’를 도입했다. 한 자녀 정책 시행 동안에는 부모 모두 독신일 경우에 한해 둘째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쌍독이해(雙獨二孩)’를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단독이해란 부모 중 어느 한 쪽이라도 독신이면 두 자녀 출산이 가능하도록 완화한 정책이다. 이제 단독이해 실시 1년여 만에 전면이해로 넘어가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독이해로 정책을 바꿨는데도 새로 아이를 갖겠다고 신청한 가정이 목표치의 1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계위가 최근 발표한 2014년 기준 저연령인구(0~14세) 점유율은 16.5%였다. 세계평균 26%에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노령인구는 늘어나고 노동인구는 3년 연속 감소했다.
국무원 직속 중국사회과학원의 ‘경제청서: 2015년 중국경제 형세 분석 및 예측’에 따르면 중국의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은 1.4에 불과하다. 저출산함정(합계출산율 1.3)에 아주 근접해 있다. 경제청서는 이에 대해 “최대한 빨리 전면이해로 갈아타라”고 촉구했다.
마침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한국의 심각한 인구 감소를 다루면서 젊은 여성의 비혼(非婚·혼인 상태가 아님) 풍조를 다뤘다. 이 기사를 보면서 ‘언니 네트워크’가 있다는 걸 알았다. 언니 네트워크는 ‘여성주의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성적 차별과 억압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내세운다. 이 단체는 이에 따라 미혼(未婚·결혼은 해야 하는 것이지만 아직 하지 않았다는 뜻) 대신 비혼이라는 용어를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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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김효곤 기자]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흥밋거리로 볼 게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성인 10명 중 4명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그 비율이 가장 높다고 전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대졸 여성 가운데 3분의 1이상이 싱글이라는 것.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한국의 인구 감소가 세계 최악인데도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는 사실이다. 인구 급감은 경제활동인구 감소, 경제성장률 하락, 국력 쇠퇴를 연쇄적으로 부른다는 게 이미 예고돼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예산 문제로 귀결되지만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핵심을 짚지 못했다. 지금처럼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해서는 실효가 없다. 획기적으로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을 포함한 모든 직장이 사내 보육시설을 두거나 보육비의 상당 부분을 대주도록 정부가 역할을 했어야 했다.
‘절벽’인 것은 인구 뿐 아니라 청년고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청년 고용을 위한 ‘20만개 일자리 창출’을 들고 나왔지만 대다수가 비정규직일 뿐이다.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아니고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현 정부는 추경 편성에다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까지 끌어내렸지만 5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떠맡은 기업들은 말은 안하지만 현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노동개혁 또한 선거에서 표 떨어질 각오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그게 쉽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암울하다. 이대로라면 무능한 조상이 되는 걸 피할 길이 없다. 단임 대통령의 무기력과 무책임을 걷어낼 때가 됐다. 그러한 헌정체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제라도 국운 개척을 위한 새로운 장정에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아주경제 글로벌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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