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헌법 20조와 종교인 과세…아멘충성교회 대표목사 이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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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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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충성교회 대표목사 이인강[사진제공=아멘충성교회]

우리나라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통해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정교분리(政敎分離, 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의 사전적 의미는 교회와 국가가 분리된 형태를 말한다. 교회와 국가가 상호 간섭하지 않고,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이에 따라 토마스 재퍼슨 대통령이 정의한대로, “국가권력이 교회를 탄압할 수 없고, 과세할 수 없으며, 간섭할 수 없다”는 원칙을 굳게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만인은 평등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종교인에게 과세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성경에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돌려 드려라(Repay to Caesar what belongs to Cacesar and to God what belongs to God, 마태 22, 21; 마르코 12,17; 루카 20,25)”라는 유명한 말씀이 있다.

과세는 세속적인 것에 하고, 성직자에게 과세하지 않는 것이 맞다.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의 종교적 활동은 영리를 추구하는 근로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종교 활동은 봉사와 희생의 영역이기에 ‘종교단체와 기업’, ‘종교인과 실업인’의 활동을 엄격히 구분해서 봐야 한다.
 
또한 ‘종교인 과세’는 이중과세의 문제도 발생시킬 수 있다.

신도들이 이미 과세한 헌금이나 시주금에 다시 과세한다는 발상은 적절하지 않다. 예컨대, ‘십일조(VAT 별도)’란 문구는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더 나아가 신도의 헌금에 종교단체가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상황은 또 어떤가?

성탄절에는 ‘헌금을 20% 할인’하거나, ‘부처님 오신날 시주금은 깍아주는’ 코메디와 같은 시대가 되는 것이다. 참으로 황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종교인 과세’는 종교탄압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민주화 항쟁에서 전국 사찰, 성당, 교회들은 성지의 역할을 해왔다.

조계사, 명동성당과 대한예수교장로회 교회들은 군사독재 체제에서도 종교인들이 민주인사들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온 것이다.

서슬 퍼런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정권 하에서도 종교단체의 성역은 인정하고 침범하지 않았다. 만약 당시에 ‘종교인 과세’를 내세워 민주투사가 은신한 성지에 대한 탄압을 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지난 60여 년 간 종교계가 세금을 안 낸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더욱이 현재 ‘종교인 과세’ 논의가 종교단체와 종교인들이 모두 탈세하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삼권분립 차원에서도 사법부의 “목회자가 받는 사례비는 종교적 신념을 따라 봉사한 것에 대한 것이므로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례는 존중되어야 한다. ‘종교인 과세’로 얻는 세수가 100억~200억원 안팎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돼 세수 기여도(0.005~0.01%)는 거의 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논쟁인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은 지난 13일 “그동안 강제 징수가 아닌 자진납세를 끊임없이 요청해 왔기 때문에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다면 국세청 납세 기준에 따라 종교인 스스로 납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교연은 종교 활동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강제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
 
알려진 바와 달리 한국의 대부분의 교회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성직자 80%가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한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한 종교인 법제화를 백지화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성직자들에 대한 대책부터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종필 전 총리는 “국민은 호랑이다. 열 가지 중 하나만 잘못해도 물고 늘어지는 호랑이 같은 존재다”란 촌철살인을 남겼다.

‘종교인 과세’로 종교인의 마음을 잃는 소탐대실의 우(愚)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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