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두운 터널을 나와 빛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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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2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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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보호관찰소 책임관 조 재 호

 “여러분 중장비는 방심하면 큰 사고 가 날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하셔야 합니다, 천천히 제가 하는 대로 따라 하시면 누구나 다 안전하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매일 오전 9시 경기도의 한 중장비실습학원에서 그가 강의 시작 전 수강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가만히 있어도 얼굴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는 요즘 어려운 환경속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이 생각난다. A직업전문학교에서 중장비 실기강사로 바쁘게 살고 있는 J씨(가명, 40대, 남) 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처음부터 그가 성실히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2014. 1. 안산보호관찰소 위치추적팀에 발령을 받고 광명의 주택가 반지하에 있는 그의 집을 처음 방문하였을 때만해도 면담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시종일관 귀찮다는 표정으로 묻는 말에 마지못해 “네”라고 짤막하게 답변하곤 하였다. 사실 그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 출소하기 몇 달전 아내로부터 이혼서류를 받았고 사랑하는 아들과 딸은 이혼한 처가 지방으로 데리고 가서 산다는 말만 들었으며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태였다.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앞길이 캄캄하기만 하고 전자발찌를 찼다는 자괴감에 마음의 문을 더욱 닫게 되었다. 희망이라곤 없이 기초수급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에게 의존하여 사회에 대한 적개심만 갖고 살았다. 어느 날 그는 술에 취한 채 “차라리 전자발찌를 끊고 다시 교도소에 가는 것이 더 편할 것 같다”라고 하였다. 어떤 말로 설득을 해도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았고 사회에 대한 복수심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 후 하루가 멀다하고 그의 집을 방문하여 고충을 들어주며 성심성의껏 면담을 하자 전과는 다르게 조금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어느날 그는 “중장비자격증을 취득하면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하며 취업의 뜻을 내비쳤다. 당장 지역 내 고용안정센터로 찾아가 취업 신청을 하고 직업전문학교에 방문하여 등록을 하였다. 직업전문학교를 다니며 표정도 밝아지고 무엇보다 그에게 전에 없던 자신감이 보이는 것 같았다.

마침내 2개월 후 그는 굴삭기와 지게차 2개의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그는 법무보호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에 구직등록을 하고 기다렸지만 3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에 다녔던 학원선생님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였고 그 분의 소개로 경기 시흥시에 소재한 교통신호기 제작업체에 취업이 되었고 5개월 후에는 학원원장 면담을 통해 중장비 학원 강사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고 취업에 대한 노력을 한 끝에 고용노동부와 연계된 직업전문학교의 강사가 된 것이다. 그 후 그는 출근시간인 오전 9시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출근 하여 강의실 청소를 하고 강의 준비를 할 정도로 의욕적으로 일을 하였다.

이제 그는 자신처럼 어두움 속에서 빛을 찾아 나오려고 하는 수강생들에게 상담과 강의를 하는 강사다. 삶의 목표를 잃고 움츠러 들어 세상과 등지려던 그가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누구보다 친절하고 간절하게 중장비 관련 강의를 하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노력하고 있다.

그는 다음 달이면 관리직으로 승진을 할 것이라고 한다. 요즘처럼 전자발찌 대상자들의 잇따른 재범이 사회적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때에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뚫고 빠져나와 빛을 향해 정진하는 그의 모습이 새삼 아름답고 나 또한 커다란 보람과 소명의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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