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하향 기업, 외환위기 이후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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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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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정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대기업의 잇따른 '실적 쇼크'가 나타나면서 올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기업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8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45개사(부도 1개사 포함)로 나타났다.

1998년 외환위기(61개사)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신용등급 강등 기업은 각각 33개, 34개 정도였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나이스 신용평가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56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내렸고, 한국기업평가는 1∼9월에 42개(부도 2개사 포함) 기업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작년까지는 장기간 업황 부진을 겪어온 조선·해운·건설 업종의 신용등급 하락이 두드러졌지만 올해는 모든 업종에서 전방위적으로 등급 하락이 일어났다.

세계경기 회복세가 늦어져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 이슈까지 불거지자 대기업 신용등급도 뚝뚝 떨어졌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정밀화학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두산그룹에선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두산엔진 등이, 포스코그룹에선 포스코플랜텍, 포스코건설, 포스코엔지니어링 등이 강등됐다.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GS칼텍스, GS에너지 등 대기업 계열 석유화학 업체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체의 등급도 떨어졌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위해 고금리를 제시해야 하고, 이도 안 되면 은행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자금 조달에 드는 비용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부실해지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각에선 가계부채가 턱밑까지 찬 상황에서 기업부채가 부실화하면 한국 경제에 '부채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회사채 시장 상황은 심상치 않다.

대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이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회사채 발행 여건이 급속히 나빠졌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은 결정타가 됐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결과 올해 9월부터 이달 6일까지 회사채는 6912억원 순상환됐다. 회사채 신규·차환 발행이 위축돼 기업들이 회사채로 조달한 금액(9조4695억원)보다 갚은 금액(10조1607억원)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보통 3년 만기인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만기가 1∼3개월로 짧은 기업어음(CP) 발행이 늘어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회사채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빨라지는 측면이 있지만, 신용 경계감이 지나치게 확산될 경우 우량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까지 높아져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라며 "최근 그런 모습이 일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신용등급 강등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창호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성장 둔화, 엔화 약세 등 대외 환경이 개선되기 쉽지 않고 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업신용등급 강등 추세가 반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 본부장은 "조선·철강·건설 등 중후장대 산업은 구조조정을 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에 투자해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며 "화장품·음식료·엔터테인먼트 등 중국을 내수시장으로 삼아 성장할 수 있는 산업으로 자원이 더 배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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