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서울 송파에 있는 백제시대 토성터 풍납토성에서 처음으로 해자(垓子)가 확인됐다. 해자는 성벽 주위를 둘러싼 인공의 고랑이나 자연하천을 통해 적의 접근을 막았던 방어시설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2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구 태양열주택부지에서 ‘풍납토성 동성벽 외곽 추정 해자 부지 발굴조사’ 성과에 대한 설명회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풍납토성 성벽과 해자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추진됐다. 2011년 동성벽 절개조사가 시행됐고, 그 외곽인 추정 해자 부지를 조사하던 중 지하에 콘크리트 구조물과 폐기물이 발견돼 발굴조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올해에는 문화재 조사와 사적 정비를 위해 지하 구조물과 폐기물이 반출됐고,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이번 조사는 풍납토성의 동성벽 외곽 절개를 통해 이뤄졌으며 그동안 추정으로만 알려진 해자를 처음으로 확인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번에 확인된 해자는 완만한 경사도를 둔 체성부(성벽을 이루는 몸체 부분)의 말단부에 역사다리꼴 형태로 조성됐다. 규모는 상부 폭 13.8m, 하부 폭 5.3m, 깊이 2.3m이며, 바닥은 하상 퇴적층인 자갈층까지 이어졌다.
동성벽 외곽에 흐르는 구하도는 해자보다 약간 서쪽으로 치우친 채 지난 세기 중반까지 흐르고 있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해자와 구하도의 관계에 대해서는 앞으로 조사 성과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성 외벽의 하부에는 동서 길이 10m 정도로 뻘층이 형성돼 있고, 이 뻘층은 생토층을 파고 인위적으로 조성됐다. 가장자리에는 황갈색점토로 마감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뻘층은 성벽 관련 시설인 이른 단계의 해자나 성 외벽의 기조로 추정되고 있다. 뻘층 내부와 그 상면에서는 심발형토기, 직구호, 동이구연부편 등 3세기 후반에서 4세기 초의 유물이 주로 출토돼, 풍납토성의 구조와 축조시기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에 풍납토성에서 발굴조사를 통해 해자를 처음으로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며 “다만, 성벽 기저부 뻘층의 성격과 조성 시기, 풍납토성 증축 과정, 초축 시기에 대한 문제 등은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앞으로 추가 발굴조사를 통해 규명해 나아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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