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6년 4·13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대선), 2018년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등이 잇따라 열린다. 특히 차기 총선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산물인 ‘87년 체제’, 외환위기를 초래한 ‘97년 체제’ 이후 새로운 질서를 가늠하는 이른바 ‘정초(定礎) 선거’가 될 전망이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민주화 시대의 역사 재평가작업과 맞물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키는 국민이 쥐고 있다. <편집자 주>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논쟁이 불붙고 있다. 사드는 대기권 상층(고도 40~100㎞)에서 적의 탄도탄을 맞춰 파괴하는 방어용 요격무기로,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의 핵심이다. 사드 배치 내에 군사적 문제는 물론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숨어 있는 셈이다.
특히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권 내부에서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자, 19대 총선 당시 보혁갈등의 단초로 작용한 '제주해군기지 논란'의 판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한·미 양국이 대구·경북(TK)과 경기 평택 등을 사드 배치지역으로 유력하게 검토함에 따라 여권 갈등의 화약고로 작용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드 배치가 이념갈등에 머문 제주해군기지 사태를 넘어 여야 권력구도의 핵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반도 지정학·비용·국내정치, 산 넘어 산
11일 여야와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드 배치의 두 축은 '한반도 지정학'과 '국내 정치' 문제다. 전자가 사드 배치의 한반도 지정학적 적합성과 비용 및 부담 주체 등의 외치와 관련 있다면, 후자는 국내 주민의 안정성 등 내치와 직결된다.
사드 배치가 외교적 이슈로 부상한 것은 김대중(DJ) 정부 때인 1999년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사드 도입에 대한 당위성은 크지 않았다. 북한이 장사정포와 단거리 미사일에 의존, 고고도 방어의 필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14년 북한이 사정거리 1000~1500㎞ 되는 노동미사일을 발사각도를 높여 실험을 단행하자, 주한 미군 사령관은 즉각 미국 정부에 사드 배치를 요청했다. 사드 배치의 당위성이 국내 문제로 편입된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사드 배치 반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핵은 우리 국민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가 '선(先)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조기 구축보다 우선순위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비용문제도 골칫거리다. 국방부에 따르면 사드 1개 포대 획득비용은 1조원(예비비 포함 시 1조5000억원·2014년도 미국 회계 기준)이다.
◆與 속도전… 안정성 논란, 내부갈등 화약고
그간 야권은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과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이행약정에 따라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세금)으로 충당될 가능성이 크다고 일관된 주장을 폈다. 또한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숫자·배치 장소·비용분담 등에 합의하더라도, 실전 배치까지는 1년 이상 소요된다. 양국의 차기 정부 과제로 넘어갈 공산이 큰 셈이다.
눈여겨볼 지점도 여기부터다. 그렇다면 '왜 속도전인가'라는 원론적인 물음에 봉착한다. 야권 일각에서 '사드 배치 공론화=선거용'이라는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지점이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는 이명박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발파작업을 강행했다. 같은 해 12월 대선 당시 김 대표 등은 앞다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슈를 전면에 내걸었다. 2012년 총·대선 결과는 여권의 압승이었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이와 관련, "정부의 사드 배치론이 선거용으로 의심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다만 두 이슈의 차이는 사드 배치의 경우 여권 지역구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사드 후보지로는 경기 평택과 대구, 경북 칠곡 등이 거론된다. 강력한 전자파가 발생하는 사드의 AN/TPY-2 레이더 특성상, 전방 130도 각도 안의 3.6㎞(약 15만평) 내에는 사람이 거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의 대거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사드 배치가 제2의 밀양송전탑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안보상 사드가 필요하다고 했지, 지역을 정해서 얘기한 적은 없다"고 했고, 같은 당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확인한 바로는 (칠곡은) 거의 안 들어설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주민의 의사를 존중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의 '속도전'을 주장하는 당론과 지역구 주민들의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현상이 엇박자를 낼 경우 여권 내부에서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드 문제로 국론분열이 심화하고 있는데, 이 문제만큼은 여야의 당리당략을 떠나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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