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벤치만 달군 김현수…‘미운오리’의 씁쓸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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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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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LB 홈페이지]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가 미국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두려운 존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벤치에 앉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데뷔전에서 첫 안타를 신고한 박병호와 달리 김현수는 팀 내 경쟁자의 맹활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김현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행사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개막 25인 로스터 진입을 최종 확정했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도 방향을 틀어 김현수에게 기회를 줄 것을 시사했다.

김현수는 5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와의 개막전에서 선발 라인업에 제외된 채 대타로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된 뒤 이날 경기는 크게 주목받았다. 박병호와 김현수의 데뷔전 맞대결 성사가 가능했기 때문. 그러나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박병호는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하며 미국 현지에서도 집중 조명을 받았으나, 김현수는 구단의 신뢰를 얻지 못해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볼티모어 구단의 비신사적인 행위까지 엮이면서 김현수를 향한 볼티모어 팬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박병호는 이날 두 번째 타석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안타를 신고하는 등 3타수 1안타 1득점, 몸에 맞는 볼 1개를 기록했다.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개막 데뷔전을 감안할 때 성공적인 성적이다. 특히 박병호는 슬로 스타터다.

그러나 김현수는 개막전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동안 출전 기회가 없었다. 이날 볼티모어의 선발 좌익수는 조이 리카드였고, 우익수는 마크 트럼보가 맡았다. 둘 다 김현수의 경쟁자들이다. 수비에서도 신임을 얻지 못한 김현수의 자리는 사실상 좌익수뿐이다.

리카드가 부진하거나 트럼보 등 다른 외야수라도 성적이 형편없을 때 쇼월터 감독이 김현수 카드를 만질 수 있다. 개막전은 김현수의 팀 내 입지만 놓고 보면 아쉬운 결과였다.

리카드는 9번 타선에 배치돼 2루타 1개를 포함해 4타수 2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4번 타자 트럼보는 2-2로 맞선 9회말 팀의 3-2 끝내기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 안타를 때리는 등 5타수 4안타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번 타자로 나선 중견수 애덤 존스도 5타수 1안타 2타점으로 승리에 공헌했다.

김현수는 시즌 개막을 앞둔 시범경기에서 외야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낮은 타율 0.178(45타수 8안타)에 그쳤다. 재신임을 얻기 위해선 실전에서 기회가 찾아왔을 때 놓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김현수의 경쟁자인 리카드와 트럼보 등 주전 자리를 꿰찬 외야수들이 개막전부터 맹활약을 펼치면서 김현수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박병호는 팀은 패했으나 데뷔전에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신고식을 치른 반면, 김현수는 팀의 끝내기 승리 뒤로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날이었다.

‘미운 오리’의 화려한 날갯짓을 위한 기회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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