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까다로운 생존환경과 먹이 등으로 양식이 쉽지 않던 고급어종은 대부분 수입이나 원양어업에 의존해 왔다. 특히 연어, 뱀장어, 참다랑어는 전체 생선소비량에서도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올해 고급어종 양식을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수산업 고부가가치 창출에 역량을 집중했다. 또 어촌 수익 다변화와 수출까지 일석삼조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해수부는 꾸준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참다랑어와 뱀장어 완전양식에 성공하며 세계 양식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냈다. 여기에 지난 7일 양식연어 500톤이 시장에 첫 출하되며 가시적 성과도 내기 시작했다.
◆참다랑어 완전양식 성공…일본 수출 노린다
참다랑어를 포함한 참치류는 우리나라 원양어업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2014년 원양어업으로 생산한 수산물은 66만9000톤인데, 참치류가 32만톤이다. 원양어업에서 잡은 전체 수산물의 47.8%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나라 전체 어업생산량에서도 9.6%를 차지할 정도로 참다랑어 소비는 꾸준하다. 원양어선으로 잡아들인 참다랑어는 일본으로 수출한다. 참치류가 수산물 가운데 부동의 수출액 1위 품목인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완전 양식에 성공한 참다랑어는 이미 양식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참다랑어 양식기술 수준은 ▲수정란 생산 ▲종자 생산 ▲중간 육성 ▲완전 양식 4단계로 구분한다. 현재 국내 기술 수준은 중간육성에서 완전양식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우리나라는 몰타에서 가져온 수정란을 부화시켜 2011년에 인공종자 부화에 성공했고, 2014년에 2만 마리 인공 종자를 생산해 민간에 분양했다. 지난해 3월에는 인공 종자 겨울나기, 즉 월동에 성공하며 중간 육성기술까지 확보했다.
또 지난해 두 차례 걸쳐 국내 최초로 국산 참다랑어 어미로부터 자연 산란을 유도해 수정란을 채집하는데 성공, 3단계인 중간육성까지 참다랑어 양식기술에 성공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의 기술력이다.
해양수산부가 참다랑어 양식에 주력하는 이유는 참치류 중 가장 비싼 어종이기 때문이다. 다른 참치류인 황다랑어와 비교할 때 ㎏당 가격이 3배 정도 높은 황금어종이 참다랑어다. 현재 시중에서 kg당 황다랑어는 2만5000원, 참다랑어는 8만7000원에 거래된다.
양식 참다랑어 수요처는 단연 일본이다. 세계 참치시장은 20조원 규모인데, 일본이 참치회로 약 40만톤을 소비하고 있다. 이는 세계 참다랑어 생산량의 90%에 달하는 수치다.
국내 소비량 역시 꾸준하다. 국내 참치회 소비량은 연간 1만5000~2만톤이다. 2014년 기준 2134톤(약 700억원)이 수입됐다.
한편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미래양식연구센터(제주)는 지난 2014년 참다랑어 종자 2만마리를 민간에 분양했다.
참다랑어 종자분양은 2013년 처음 5000마리를 무상으로 시범 분양한 이후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된 문제점을 보완하고, 분양받는 어민에 대한 기술지원체계도 구축해 실제 산업화에 집중했다.
미래양식연구센터는 참다랑어 완전양식 조기 실현 및 수산업 미래산업화 달성을 위해 2010년 연구를 착수했으며, 지난 2011년 세계 4번째로 참다랑어 수정란 인공부화를 성공한 이래 4년 연속으로 인공 부화를 성공한 바 있다.
오광석 해양수산부 양식산업과장은 “완전양식은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생산해 부화한 종자가 어미가 돼 다시 수정란을 생산하는 체계가 구축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완전양식 문턱에 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올해 말까지 국내 수정란이 대량 확보될 경우 2018년 이후부터는 30kg 이상 양식 참다랑어 출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500억원 규모 국내 뱀장어 시장을 잡아라
뱀장어는 참다랑어나 연어와 달리 양식연구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은 대표 어종으로 꼽힌다. 국내 뱀장어 양식도 자연산 실뱀장어에 의존하고 있어 어획량 변동에 따라 매년 종묘 공급량 및 가격이 불안정하다.
특히 뱀장어 자연자원 감소로 세계 각국은 자원 보호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가간 수출입이 제한되는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부속서 등재 움직임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 실뱀장어 입식량 13.2톤 중 59.1%인 7.8톤이 수입돼 극심한 종자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2013년부터 유럽산 뱀장어 자연산 종자의 국가간 거래제한이 발효되면서 뱀장어 종자확보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뱀장어 소비량이 많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 4개국은 종자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뱀장어 양식 연구는 지난 2008년 처음 시작했다. 이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2012년 인공종자 생산 기술개발에 성공한다. 이는 일본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성공한 사례다. 이후 4년간 추가 연구 끝에 완전양식의 결실을 맺었다.
지난 8년의 연구결과로 얻은 뱀장어 완전양식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일본의 경우 뱀장어 연구 36년 만에 완전양식에 성공했다는 점을 볼 때 상당히 빠른 연구결과인 셈이다.
특히 중국, 대만 등 뱀장어 양식에 뛰어든 주요 국가에서는 1970년대부터 연구를 추진 중이지만 완전양식 기술을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도 뱀장어 완전양식에 대한 가치는 충분하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초기 생존율 향상 등 후속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오는 2020년까지 대량생산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오광석 과장은 “뱀장어 종자수급이 전량 자연산 종자 채포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인공종자 생산기술 확보로 자연에 의존하지 않는 안정적 생산이 가능해졌다”며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으로 현재 2500억원 규모인 국내 뱀장어 소비시장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 과장은 이어 “완전양식에 성공한 극동산 뱀장어는 북미산이나 동남아산에 비해 가격이 6∼12배 높은 고부가 품종으로 세계시장 수출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산에 손색없는 양식연어…반응은 '판타스틱'
연어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가파른 소비 곡선을 그리는 어종이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이고, 연어알에는 이른바 ‘회춘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비타민E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영양전문가 스티븐 프랫이 꼽은 슈퍼푸드 14가지 가운데 유일한 생선이 연어다. 이는 맛이 좋고 요리하기 쉬우며, 풍부한 단백질과 통조림 등 가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런 연어가 완전양식에 이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7일 양식연어 500톤이 출하되면서 이른바 양식연어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지난해 국내 연어 소비에 대한 시장 테스트와 사전 홍보를 목적으로 시범적으로 출하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는 노르웨이산 연어가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도매가격은 kg 당 1만1000~1만2000원선이다. 국내 양식산 연어는 활어를 포함해 인기가 높은 신선냉장 형태로 유통될 계획이며, 운송료 등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국내 연어류 소비량은 2010년 1만2000톤에서 2014년 2만7000톤, 지난해 3만4000톤으로 최근 5년간 3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국내 소비량 중 98%이상인 2만3000톤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식연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생산량 800톤, 약 80억원이 돼 연간 2만2810톤(약 1900억원)에 이르는 수입량의 일부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은 “국산 연어 출하를 통해 연어 양식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수입산 연어를 국내산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강원도 외해 지역을 중심으로 연어양식 적지를 발굴하고, 연어양식에 대한 민간 영역 활발한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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